한전부지 상상초월 입찰가…'수지타산' 있나?

현대차 "제 2도약의 꿈과 비전을 심겠다. 100년 앞의 미래 상징"

한국전력공사 본사 (자료사진)
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전력 부지 입찰가격으로 10조 5,500억원을 제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과연 그럴만한 투자가치가 있느냐 하는 의문이 일고있다.

낙찰가는 감정가인 3조 3,346억원의 무려 3배를 넘는 액수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상업용 건물을 짓고 분양을 할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준을 감정가의 10%를 더한 금액으로 보고 있다.

이번 입찰에 앞서 한 컨설팅업체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전 부지에 오피스 건물을 지어 분양한다고 가정할 때 9조 2,400억원을 들여 9조 6,000억원을 얻게 된다.


개발 수익이 3,600억원 정도이기 때문에 부지 입찰가로 제시할 수 있는 금액도 그 수준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한전 부지의 적정 인수비용은 3조 7천억원 수준이다.

다른 기준에서 보더라도, 현대차 그룹의 입찰가(3.3㎡당 4억 3,879억원)와 인근 지역의 현 시세(3.3㎡당 1억 3~5,000만원)는 괴리가 너무 크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그룹의 제 2 도약을 상징하는 차원이 다른 공간으로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100년 앞을 내다본 글로벌 컨트롤타워로서 그룹 미래의 상징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이번 입찰은 재계 1,2위 그룹간의 자존심 대결이란 특별요인이 있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5조원대를 넘어서는 것은 무리한 투자라는 견해도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일단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라며 "(현대차그룹이 밝힌 것처럼) 단순히 컨벤션 센터 등만 운영해서는 투입비용을 회수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 부지 개발은 축구장 넓이 12배에 이르는 강남 한복판에 국내 2위 그룹이자 글로벌 기업이 추진하는 초대형 사업이란 점에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측도 병존한다.

특히 서울시가 잠실 종합운동장까지 이어지는 개발 청사진을 모색하는 점 등으로 미뤄 한전 부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과거 전례에 비춰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사업이 제대로 진전된 경우는 별로 없다"면서도 "사업성에 대해 아직 우려하거나 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면 개발환경은 좋아지게 마련"이라며 "이를 위해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고 그럴 경우 부동산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입찰전쟁의 결과가 현대차그룹에 상처뿐인 승리, 삼성전자엔 지고도 이긴 싸움이 될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과거의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인허가와 공사 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을 내온 점을 감안하면 향후 민간공사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원칙론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 때문에도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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