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좌절' 남현희 "딸에게 金 선물 하려 했는데…"

'딸아, 엄마의 모습 잘 봐줘' 남현희(오른쪽)가 20일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전희숙(오른쪽)과 준결승에 앞서 관중 환호에 답하고 있다.(고양=황진환 기자)
딸에게 안기려던 금메달 선물은 무산됐지만 자랑스러운 엄마임은 분명했다. 세계를 주름잡던 땅콩 검객에서 엄마 검객으로 변신한 남현희(33, 성남시청)다.

남현희는 21일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플뢰레 4강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안았다. 대표팀 동료 전희숙(30, 서울시청)에게 7-15로 져 결승행이 무산됐다.

동메달이 확정되면서 3회 연속 개인전 금메달 기록도 멈췄다. 남현희는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개인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른 바 있다. 3회 연속 메달이라는 성과에 만족해야 했다.


3회 연속 정상 도전 길목에서 발목을 잡혔다. 이전과 비교해 변화가 있다면 결혼과 출산이었다. 남현희는 지난 2011년 결혼해 지난해 4월 딸 공하이를 출산했다. 2개월 만에 다시 칼을 잡고 지난해 9월 대표팀에 복귀했지만 출산 후유증으로 컨디션을 찾기 힘들었다.

올해 초 부다페스트 월드컵(A급)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거뒀지만 세계 정상을 다퉜던 남현희임을 감안하면 다소 부족한 성적이었다. 남현희는 지난달 미디어데이에서 "그동안 부상에서 회복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출산 후 회복은 몇 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한때 1, 2위를 오갔던 세계 랭킹도 14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딸을 위해 다시 힘을 냈다. 남현희는 "훈련 때문에 하이랑 떨어져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서 "그런 만큼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따 하이 목에 걸어주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남현희는 그러나 한계를 넘지는 못했다. 세계 8위 전희숙과 4강전에서 밀렸다. 1라운드 4-2까지 앞섰지만 이후 5점을 연속 내주며 5-7로 뒤졌다. 2라운드에서 만회를 노렸지만 점수 차 더 벌어졌다. 4년 전 광저우에서는 남현희가 4강전에서 전희숙을 15-14로 눌렀다.

경기 후 남현희는 "석연찮은 판정도 영향을 미쳤지만 전희숙이 나보다 경기를 잘 풀어갔다"면서 "재활 등 훈련 기간이 짧아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최선을 다해 동메달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딸 하이에 대해서는 "아직 애기기 때문에 금인지 동인지 몰라 걸어주면 좋아할 것 같다"면서 "하이야, 엄마 축하해줘"라며 웃었다.

남현희에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다름아닌 오는 24일 열리는 단체전 3회 연속 금메달이다. 과연 남현희가 금메달 선물을 하이에게 안기며 자랑스러운 엄마로서 뿌듯하게 일어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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