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도, 쑨양도 막판 50m 부진에 허탈한 미소

'마린보이' 박태환이 21일 오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수여 자유형 200m 결선 경기에서 동메달을 확정지은 뒤 은메달을 획득한 쑨양(중국)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사진 = 박종민 기자 esky0830@cbs.co.kr)
박태환(25·인천시청)과 쑨양이 서로를 마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누구도 목표로 삼았던 금메달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결과를 떠나 치열한 경쟁 관계와 주위의 부담스러운 시선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우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21일 오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힌 쑨양과 박태환은 나란히 2,3위에 머물렀다. 일본의 수영 기대주 하기노 고스케가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4번 레인에서 질주를 마친 쑨양은 6번 레인에서 기록을 확인 중인 박태환을 찾아 악수를 청했고 둘은 손을 마주 잡으며 웃었다.

허탈한 마음을 서로가 공유했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 역시 같았다.

박태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 특히 마지막 20초는 너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쑨양도 비슷한 말을 남겼다. "지금까지 훈련하는 과정에서 스피드에만 너무 전념했다. 마지막 50m에서 스피드 발휘가 안됐다. 첫 150m까지는 순조롭게 풀렸으나 마지막 50m에서 전력 질주를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150m 구간까지 쑨양이 1등, 박태환은 쑨양에 0.04초 뒤진 2위였다. 마지막 50m를 남기고 두 선수가 펼칠 최후의 경쟁에 모든 이의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그 순간 하기노 고스케가 치고 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하기노 고스케의 마지막 50m 랩 타임은 26.00초. 쑨양은 26.98초였고 박태환은 27.51초였다. 하기노 고스케가 50~150m 구간 각각의 랩 타임보다 빠른 기록을 올린 반면, 쑨양과 박태환은 상대적으로 처졌다.

박태환은 마지막 20초라는 표현을 썼고 쑨양은 마지막 50m라고 표현했다. 단어는 달랐지만 의미는 같았다. 막판 스퍼트 싸움에서 밀린 것이다.

그 결과 깜짝 우승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기노 고스케마저 의외로 받아들였을 정도다.

하기노 고스케는 "엄청난 기량을 갖춘 두 선수와 경기를 했기 때문에 기대를 하지 않았고 도전 자체에 의미를 뒀다. 내 기록 경신에 집중했는데 놀랍게도 두 선수 사이에서 이겨 아주 기쁘고 행복하다. 만약 두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했다면 난 금메달을 못 땄을 것이다. 두 선수에 비해 자신감이 크지는 않다"고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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