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지 않은 1초가 신아람의 운명을 바꿨다. 그 1초에 하이데만의 공격이 성공됐고, 신아람은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은 신아람을 '비운의 검객'으로 불렀다.
런던올림픽 뿐 아니다. 월드컵, 하계유니버시아드 등을 석권하며 세계랭킹을 4위까지 끌어올렸던 신아람이지만, 유독 큰 대회와 인연이 없었다. 아시안게임에도 두 차례나 출전했지만, 금메달은 없었다. 흔히 말하는 메이저 타이틀이 없다는 것이 속상했다. 신아람이 인천아시안게임에 더 칼을 간 이유다.
하지만 신아람은 이번에도 웃지 못했다.
신아람은 2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결승에서 순위지에(중국)에 연장 접전 끝에 5-6으로 졌다. 23일 앞두고 금메달이라는 값진 선물을 받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금메달은 신아람의 손을 떠났다.
세계랭킹은 순위지에가 3위로, 14위의 신아람보다 한참 높았다. 하지만 세계랭킹은 큰 의미가 없었다.
그야말로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검의 고수'끼리 만난 탓에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고 탐색전만 펼쳤다. 결국 1라운드 1분 동안 득점이 나오지 않았고, 심판은 경기를 2라운드로 넘겼다.
2라운드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공격을 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신아람이 찌르면 순위지에도 같이 찔렀다. 0.04초 이내에 서로를 찔러야 하는 동시타가 연거푸 나왔다. 결국 2라운드는 3-3 동점으로 끝났다.
3라운드에서는 신아람이 먼저 순위지에의 몸통을 찔렀다. 하지만 순위지에도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신아람의 공격을 뒤로 피하면서 반격했다. 4-5로 뒤진 상황. 신아람도 13초를 남기고 득점을 올려 다시 승부에 균형을 맞췄다.
런던올림픽의 악몽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우선권은 신아람에게 있었다. 1분만 버티면 금메달이었다.
하지만 13초를 남기고 순위지에가 신아람을 찌르면서 또 다시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