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고쳤는데 밤에 또 사고 난 엘리베이터

문 열린 채 올라가…내리려던 40대女 추락사

광주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수리를 받은 당일 밤 또다시 오작동해 40대 여성이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3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8시 35분께 광주 북구 매곡동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엘리베이터 통로에서 주민 A(48·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엘리베이터 유지보수업체 안전기사 B(35)씨가 발견했다.

폐쇄회로 TV를 확인한 결과, A씨는 사고 당일 오후 8시 10분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에서 문이 열리자 내리려했으나 문이 열린 채 갑자기 15층까지 올라가버리는 바람에 엘리베이터 통로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23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원의 현장 감식을 실시하는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사고 이전에도 이물질 끼임, 버튼 고장 등 이상 신고가 몇 차례 있었던 점으로 미뤄 점검 부실 등 안전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승강기시설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엘리베이터는 1년에 한 번 정기점검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자체점검을 해야 한다.

이 아파트는 지난 3월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의 정기점검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고 매월 한 차례씩 엘리베이터 공급 업체인 S사에서 점검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가 난 엘리베이터는 지난 21일에도 꼭대기층인 22층 작동 버튼이 고장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닫히는 작용을 하게 하는 롤러에 이상이 발생해 21일 오전과 사고 당일인 22일 오전 11시 30분께 유지보수 업체에서 수리했다.

그러나 이날 밤 또다시 엘리베이터 고장 신고가 접수됐고 업체 안전기사 B씨는 "1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길 기다리는데 15층이 표시돼 있었고 '통통통' 소리가 나더니 멈췄다"는 주민의 말에 따라 엘리베이터 통로를 확인, A씨가 지하 1층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정기 점검 및 사고 당일 점검 당시 정확한 원인 파악 및 수리의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를 초래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 아파트의 청소 업무를 하는 한 여성은 "22층 엘리베이터 버튼이 고장 나서 21층까지만 운행한다는 공지를 봤는데 전날 오후 1시 30분께 이용할 때는 22층까지 잘 다녀서 이상이 없는 줄 알았다"며 "가끔 다른 동에서도 잔고장이 날 때가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불안하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엘리베이터 운행이 중지돼 이날 오전 22층에서 1층까지 계단을 이용한 주민 A(36·여)씨는 "어제 아침에 고쳤는데 밤에 또다시 사고가 날 줄은 몰랐다. 안심하고 탈 수 있게 점검을 확실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승강기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2천552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130명이 다치거나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5년 전에 비해 1천여 건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사고 유형은 층간 정지나 문이 열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부품 이상이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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