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당정협의' 남발 與 왜?

與 당직자, "솔직히 큰 의미없어"…"일하는 모습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23일 의원회관에서 여당 기재위원들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참석한 2014년 세법개정안, 2015년도 예산안 및 기금 운용계획안 관련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윤창원 기자)
23일 아침 국회는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간인데도 상당수의 정부 관계자들과 여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으로 몰려들었다. 장기간 파행 상태에 빠져 있는 국회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오전 7시 30분, 국회 귀빈식당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문화체육관광부와의 당정협의가 열렸다. 김종덕 장관을 비롯해 문체부 고위급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새누리당에서도 교문위 간사인 신성범 의원을 포함한 교문위원 10여명이 모였다.

같은 시각, 귀빈식당에서는 또 다른 회의가 하나 더 열리고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과 환경부와의 당정협의였다. 오후 2시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과 기획재정부와의 예산 관련 당정협의도 열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비공개로 암암리에 추진하던 당정협의가 국회 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면서 대목을 맞은 것이다.

당정협의는 정부가 중요 정책을 발표하기 전 여당과의 마지막 조율을 위해 개최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날은 주요 정책이 결정되는 것도 없었다. 또한 새로운 정책이 도출되지 않았음은 물론, 정부가 작성한 예산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된 상황에서 예산안을 조율하는 회의도 아니었다.

회의가 끝난 뒤 새누리당이 내 놓은 결론은 "야당에게 국회 정상화를 촉구한다"였다.

결국 야당이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전제로 국회 일정을 보이콧 하는 데 대한 여당의 '실력 행사'인 셈이다.

지난 15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실질적으로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상임위 별로 당정 협의를 가지며 정부 측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라고 지시한 바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18일 농해수위-농식품부 당정을 시작으로, 22일 환노위-노동부, 23일 교문위- 문화부, 환노위-환경부, 기재위-기재부, 정무위-금융위원회 당정을 잇따라 열었다. 24일에도 정책위 당정, 25일 교문위-교육부 당정 등이 예고돼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정기 국회 파행 와중에 줄기차게 열리는 당정협의와 관련 "야당이 협조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예산을 설명하고 정부 쪽에 증액 필요를 요구하는 자리"라는 공식 답변과 함께 "손을 놓고만 있을 수 만은 없지 않느냐. 국민들에게 무엇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당정이라도 열어야 한다"며 비공식 내부 사정을 털어 놓았다.

주요 당직자는 "당정협의를 열라는 원내 지도부의 요청이 있었다"면서 "솔직히 큰 의미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 참가한 정부 관계자는 "언론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같은 새누리당의 당정 협의 '러시'는 국회가 일은 안 하고 놀기만 한다는 따가운 국민적 여론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일 수 있다.

그러나 여야의 합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 '선진정치'의 기본이라면, 새누리당의 이런 당정협의는 '반쪽짜리' 국회를 더욱 공고화시키는 요인에 그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집권 여당으로서의 권한을 과시함과 동시에 국정 파행 국면에서 야당을 배제한채 "나만 살아야겠다”는 책임회피용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당정 협의에 참석한 한 여권 관계자는 "보여주기식 비판이 있을지 몰라도, 여당만이라도 국회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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