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기는 조 1위 4강 진출이 걸린 중요한 승부였다. 이날 이겨야 B조 1위가 확실한 일본 대신 수월한 중국을 만날 수 있는 대진이다. 2회 연속 금메달의 첫 관문이었다.
류 감독은 이날 경기에 대해 "작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선취점을 위한 번트와 치고 달리기 등 작전보다 정공법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류 감독은 "대부분 소속팀에서 중심 타선에 있던 선수들이라 번트 등 작전수행능력이 떨어진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작전이 없어도 자신있는 이유는 타선에 대한 믿음이다. 류 감독은 "훈련 때 모습을 보니 대만 투수들을 상대로 잘 칠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 "얼마나 점수를 뽑아줄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작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대표팀은 1회부터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선보이며 대만 마운드를 맹폭했다.
민병헌(두산), 손아섭(롯데) 등 테이블 세터가 연속 안타로 밥상을 차리자 중심 타자들이 제대로 받아먹었다. 무사 1, 2루에서 김현수(두산)가 중견수 키를 넘는 선제 결승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민병헌과 손아섭이 경쟁하듯 홈으로 파고들었다.
이어진 무사 2, 3루에서 강정호(넥센)가 좌중월 3점 홈런으로 선발 투수를 두들겼다. 아웃카운트 1개도 못 잡고 5점이나 내준 왕야오린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강판했다. 여기에는 행운도 따랐다. 4번 박병호(넥센)의 높은 뜬공을 좌익수 쟝스시엔이 잡았다가 놓치는 실책을 범한 것.
2사 1루에서는 9번 오재원(두산)까지 쐐기포를 터뜨렸다. 바뀐 투수 쩡카이원으로부터 우월 2점 홈런을 날려 7-0까지 달아났다. 당초 류 감독은 "경기 후반 박빙일 때 강민호(롯데), 오재원, 민병헌 정도에서 작전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지만 기우였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양현종(KIA)이 4회까지 무실점으로 대만 타선을 봉쇄했다. 시속 150km 안팎의 강속구와 전매특허 슬라이더로 삼진 7개를 솎아냈다. 이어 차우찬(삼성)이 2이닝, 한현희(넥센)가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으로 화답했다. 안지만(삼성)도 8회 안타 2개를 맞았지만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결국 대표팀은 8회 10-0,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2사 만루에서 이재원(SK)이 적시타로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22일 태국과 1차전 15-0, 5회 콜드게임에 이어 2경기 연속이다.
25일 목동에서 홍콩과 3차전을 갖는 대표팀은 2승으로 조 1위를 확정지었다. 예선을 마친 대표팀은 26일 하루를 쉰 뒤 27일 4강전, 28일 결승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