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부부·친구인 죄? 끝없는 언론의 끼워팔기

제 3자라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언론의 '엮기 신공' 앞에선 피겨 여왕도, 인기 여배우도 당할 재간이 없는 탓이다.

유명인들의 사건 사고가 터지면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다. 바로 그들의 연인과 부부 혹은 친구. 대중들이 반응을 궁금해 하니 언론들도 이들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자료사진)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는 지난 달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남자친구인 아이스하키 김원중 선수 때문이었다.

병장으로 군 복무 중이었던 김원중 선수가 지난 6월 합숙소를 무단 이탈해 마사지를 받고 복귀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던 것.

그러자 소위 '낚시성' 기사들이 봇물을 이뤘다. 일부 매체들은 그가 김연아 선수의 남자친구인 것에 초점을 맞춰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기사에는 김연아 선수와 관련된 내용이 없음에도 불구, 제목에만 이름을 넣는 등의 방식이었다.

사건 당사자가 아님에도 직접 김연아 선수 측을 취재해 입장을 담은 기사들이 보도되기도 했다.

배우 이민정.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배우 이병헌의 아내인 이민정도 언론의 표적이 됐다.

이병헌을 둘러싼 50억 원의 협박 사건이 조사 과정에서 불륜 의혹으로 번졌고, 이들 부부 사이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프랑스에서 귀국한 이민정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수많은 매체들이었다. 이들은 이민정의 거취와 표정, 과거 SNS 글까지 기사화했고, 일부는 '불화설'이라는 용어를 제목에 내걸기도 했다.


이민정은 이번 사건이나 의혹에 직접적으로는 무관한 인물이다.

설사 그런 것들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해도, 두 사람의 관계는 확실한 법적 관계 정리 전까지는 당사자들 밖에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이 같은 사생활 영역 이야기를 두고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배우 공효진.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배우 공효진은 절친한 동료 배우 커플들의 결별에 거론돼 한 차례 곤욕을 치렀다.

지난 24일 배우 조인성-김민희의 결별과 함께 공효진이 조인성을 비롯한 '괜찮아, 사랑이야' 배우들과 만남을 가지는 모습이 보도됐다.

얼마 전, 공효진 역시 연인 이진욱과 결별했기에 시기가 절묘했다. 이런 것들이 모두 맞물려 공효진의 이름은 조인성·김민희의 결별 기사에 계속해서 등장했다.

이민정과 마찬가지로 확실한 정황 없는 추측성 기사가 난무했던 것. 이 같은 보도로 공효진은 순식간에 조인성·김민희 커플의 결별 원인 제공자가 돼 버렸다.

특히 공효진이 김민희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사이인 만큼, 소속사도 난감함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소속사 매니지먼트 숲 측은 "공효진은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결별 기사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억측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서는 강경한 대응을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언론의 보도 행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달을수록 독자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언론의 지나친 경쟁과 자극적 보도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대중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엉뚱한 제 3자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더욱이 이 같은 추측성 보도는 정확한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이 사건의 본질은 다루지 않고, 제 3자를 타이틀로 내세워 흥미 유발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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