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근로자 단축 근무? 환영하기 어려워"

- 근로자가 직접 신청서 내는 방식 문제
- 현장에선 임신 여성들이 오히려 눈치 볼수도
- 과태료 500만원으론 효과 별로 없을 것
- 대규모 사업장, 노조 있는 사업장 정도만 효과 있을 것
- 육아휴직 제대로 못쓰는 현실부터 직시해야
- 육아휴직 쓰면 정리해고 대상 오르거나
- 승진심사에서 누락당하는 경우도 있어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9월 25일 (목)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

◇ 정관용> 오늘부터 시행되는 ‘임신 근로자 단축근무제’ 민주노총은 어떻게 보고 있을지요? 김수경 여성국장 연결합니다. 김 국장님, 나와 계시죠?

◆ 김수경>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2시간 일찍 퇴근하는 거예요, 늦게 출근하는 거예요? 이 제도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 김수경> 늦게 출근하든 일찍 퇴근하든 자기 원하는 대로 2시간 단축근무를 하는 거죠.

◇ 정관용> 모든 직종, 모든 중소기업이건 대기업이건 다 적용되는 거예요? 어떻게 되는 거예요?

◆ 김수경> 아닙니다. 상시근로자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만 적용이 되고요. 그리고 그것도 임신 12주 이내 또 36주 이후 출산까지 해서 유산하고 조산 위험이 있는 임신기 여성에게만 적용됩니다.

◇ 정관용> 그리고 신청서를 따로따로 내야 되는 겁니까? 어떻게 되는 겁니까?

◆ 김수경> 신청서는 직접 내야 되고요. 내가 사용하겠다, 그 임신기에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하겠다고 하는 그 날짜 3일 전까지 사용 기간, 근무 개시 날짜, 종료 날짜 등을 적은 문서를 의사 진단서랑 함께 제출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의사 진단서가 있어야 지금 임신 몇 주인지 이런 걸 알게 되니까?

◆ 김수경> 네.

◇ 정관용> 그렇군요.

◆ 김수경> 그리고 직접 해야 되고요.

◇ 정관용> 직접 신청해야 되고.

◆ 김수경> 그게 예를 들면 이게 좀 가장 힘든 문제인데요. 여성들이 사업자하고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협상을 해야 되는 거예요. 예를 들면 노동조합에 신청을 해 놓으면 노동조합이 대신한다거나 고충 처리반에 신청한다거나 하면 거기에서 알아서 하게 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가서 협상을 해야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굉장히 취약할 수 있는 부분이죠.

◇ 정관용> 그러면 300인 이상이라 하더라도 그래도 이런 제도가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 아닙니까?

◆ 김수경>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하기는 힘든 게요. 아니, 뭐 300인 이상 사업장들은 노동조건이 조금 낫기도 하고요.

◇ 정관용> 네.

◆ 김수경> 그리고 300인 이상의 큰 사업장에 여성 노동자 수가 썩 많지는 않아요. 여성 집중 사업장인 경우는 좀 다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않고요. 문제는 이제 이걸로 통해서 현재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 우리 사회 여성 노동자들의 모성권 전체가 보장받는 것처럼 보이는 게 가장 큰 문제죠.

◇ 정관용> 아, 이 제도 하나 도입하고 우리는 엄청난 모성 보호를 하고 있다, 이렇게 될까봐?

◆ 김수경> 네, 그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거든요. 대부분이 300인 이하에 있거든요, 많은 여성들이.

◇ 정관용> 그래도 일단 이 300인 이상이라도 도입하고 한 1년 지나서 이게 또 50인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것 아닙니까?

◆ 김수경> 그게 갈 수도 있고요. 그 자체 전체를 다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영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환영하지 않는 부분이...

◇ 정관용> 하려면 좀 전면적으로 제대로 해라 이거군요?

◆ 김수경> 차라리 전면적으로 해야 하고 그리고 그 단축 청구를 하려면 조건이 필요해요. 대체인력에 대한 계획이라든가, 내가 2시간 일을 안 하게 되면 옆의 동료가 대신 한다거나 8시간 대신 6시간 압축적으로 노동집약적으로 일을 해야 된다거나 이런 환경들이 만들어지거든요. 그래서 근무량 자체가, 노동량 자체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또 대체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도입하는 계획들이 좀 우려스러운 거죠. 결국에는 임신한 여성들한테 책임이, 화살이 다 갈 가능성이요, 현장 안에서는.

◇ 정관용> 조금 아까 ‘임신 여성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협상을 해야 한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 김수경> 그렇죠. 청구권을 내가 내야 되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신청서를 내면 신청을 받고도 허용하지 않는 사업주는 5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런 규정이 있지 않습니까?

◆ 김수경> 500만 원 과태료를 줄 수는 있는데, 그 처벌을 할 수는 있는데 기업주 입장에서는 500만 원 과태료를 내더라도 노동환경을 좀 통제할 수 있는 게 훨씬 좋지 않을까요. 사실 과태료라고 하는 게 별거 아닌 경우죠. 기업 전체를 또 300인 이상 기업 전체를 바라본다면. 또 오히려 과태료가 문제가 아니라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에 이후에 이행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차라리 제공을 하고 그거를 이행하게 하도록 강제하는 다른 조치들이 필요한데 쉽게 과태료만으로 정해진 것도 실은 문제고요. 노동 관련 법안 특히 여성들 관련해서 과태료를 제대로 처벌받는 기업주는 거의 없어요. 직장 내 성희롱 같은 경우도 올해 그러니까 지금까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예방을 제대로 못한 사업주가 처벌받은 경우가 딱 한 건 있어요. 그것도 100만 원, 올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고...

◇ 정관용> 그러니까 임신한 여성이 이거 신청해도 만약 ‘아이, 그거 하지 마’ 이렇게 해도 신고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처벌, 과태료까지는 가는 경우가 별로 없다?

◆ 김수경>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죠. 예를 들자면 노동조합이 있으면 가기 전에 정리가 될 수 있어요.

◇ 정관용> 물론이죠.

◆ 김수경> 조건이 좋은 데요. 큰 사업장, 노동조합이 있는 곳 몇 개는 가능하죠. 그런데 그 외에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또 실제 8시간만 근무하는 회사, 별로 없잖아요? 야근을 다 밥 먹듯이 하는데...

◆ 김수경> 그렇죠. 그래서 눈치 보시죠.

◇ 정관용> 거기서 2시간 뺀다는 게 뭐예요? 6시간만 딱 하는 겁니까?

◆ 김수경> 그렇죠. 그러니까 내가 2시간까지 쉴 수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그렇게 할 수 있겠죠. 앞 뒤 1시간씩 해서 러시아워 때 빠져나와서 편하게 출퇴근할 수 있다거나 이런 정도는 이제 가능한데, 8시간만 근무하지 않는 게 우리 지금 환경이고요. 조금이라도 예를 들자면 아이 때문에 칼퇴근하는 여성들은 항상 눈치를 보는 게 우리 근무환경이잖아요. 임신기에 2시간 더 일찍 간다, 이게 문화적으로 전체적으로 좀 합의가 되는 이런 게 먼저 좀 돼야지 위에서 법으로 먼저 만들어서 강제하는 게 참 여성들이 그 안에서 당당하게 쓸 수 있는 권리로써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제도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으시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 이런 지적이시고.

◆ 김수경> 네. 그리고 딱히 그러니까 환영한다라고까지는 못하겠다, 이런 거죠.

◇ 정관용> 그렇다고 그러면 없앨까요? 이 제도 없앨까요? 그건 아니죠? (웃음)

◆ 김수경> 있어도 지켜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훨씬 많이 들고 오히려 한편으로는 지금 별로 적절하지 못한 법안이라는 생각도 한편으로 듭니다.

◇ 정관용> 그럼 민주노총은 반대, 이렇게 할까요? 이 제도에.

◆ 김수경> 그걸 찬반이다 이렇게까지는 이야기하기는 힘들고요. 실행하기 위한 다른 계획들을 함께 동시에 내자라고 하든가, 최소한 이런 법안을 도입을 하려면 여성계랑 함께 이야기를 해서 길을 찾든가 이런 계획이 없이 그냥 딱 던져버리니까 실은 그다지 환영한다고 나온 단체들이 아마 하나도 없었을 거예요.

◇ 정관용> 그렇군요. 지금 미지근한 반응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될 것 같고요. 제대로 실효성 있도록 보완책들을 마련해라, 이런 요구사항으로 듣고 이왕 모신 김에 지금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제도는 되어 있는데 이게 제대로 신청도 잘 못하고 이거 어려워하시는,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여성 근로자들이 아직도 많습니까?

◆ 김수경> 출산휴가는 대부분 많이 받는 것 같고요. 그런데 문제는 육아휴직이죠.

◇ 정관용> 그렇죠.

◆ 김수경> 육아휴직은 저희 민주노총 사업장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그리고 육아휴직 자체가 굉장한 불이익 처우 대상이 되기도 해요.

◇ 정관용> 그래요?

◆ 김수경> 네, 그래서 예를 들자면 공무원, 교사, 대기업은 좀 쓸 수가 있지만 병원 같은 데도 잘 못써요. 병원이 전부 다 여성 사업장이지 않습니까?

◇ 정관용> 네.

◆ 김수경> 쓸 때 눈치를 엄청 많이 봐야 되고 왜냐하면 어차피 똑같이 여성들끼리 아이 키우고 애 낳고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데, 누군가가 육아휴직을 썼을 때 대체인력을 채워주는 경우가 거의 없는 거예요, 잘...


◇ 정관용> 그렇군요.

◆ 김수경> 그러다 보니까 일이 이중삼중으로 만들어지니까 같은 여성들끼리도 이게 육아휴직을 쉽게 쓰는 게 어려운 게 실제적인 현실이고요. 그리고 문제는 또 서비스 산업 같은 데는 더 없고 그리고 선생님들 같은 경우도 예를 들자면 학기를 맞추라고 해요, 육아휴직에 학기를, 학기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맞춰라 이렇게 해요. 그런데 여성이 임신을 그렇게 계획대로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 정관용> 당연하죠.

◆ 김수경> 그러다 보니까 병원사업장 같은 경우는 임신 순번제를 자기끼리 정하기도 해요.

◇ 정관용> 그래요?

◆ 김수경> 이게 좀 잔인한데... 그래서 쉽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곳이 공무원 정도?

◇ 정관용> 그래요. 대체인력을 좀 확보하도록 조금 의무화하거나 이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 김수경> 그렇죠. 그게 가장 대체인력이 필요하고요, 그게 가장 크고 가장 이제는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육아휴직을 굉장히 성비 불균형하게 쓰고 있거든요.

◇ 정관용> 남성들은 거의 안 쓰죠?

◆ 김수경> 네, 작년 같은 경우도 전체적으로 육아휴직 여성이 6만 7000명 이상은 썼는데 남성은 2,200명이 썼습니다. 한 3% 정도, 이것도 많이 올라가긴 한 거예요. 이러다 보니까 육아휴직이라든가 출산과 양육이 여성 노동의 문제로만 이해가 되니까 남성들은 여기 책임에서 벗어나게 되니까 이 문제가 잘 해결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이걸 여성문제로 보는 게 아니라 전체 노동의 문제로 생각을 하고 전체 사회문제로 이해가 된다면 그래서 이게 실은 그렇잖아요. 남성들도 같이 이 문제 해결에 노력을 하면 벌써 빨리 풀리지 않았을까라는 게 저희들 이야기이기도 해요.

◇ 정관용> 지금 걸음마 단계라고 봐야 되겠어요, 어떻게 보면.

◆ 김수경> 그런데 계속 걸음마 단계라는 게 문제입니다. (웃음)

◇ 정관용> 육아휴직 갔다 온 다음에 불이익 당한다 아까 그러셨는데, 해고를 당하는 사람도 있고 승진에 누락되는 사람도 있고 그렇습니까?

◆ 김수경> 저희가 많죠. 많은데 최근 들어 현대증권 같은 경우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데 육아휴직기 여성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종용하는 사례가 있었어요. 전국에 있는 여성단체에서 전국 여기저기에서 그 상담 사례가 올라온 거예요.

◇ 정관용> 네.

◆ 김수경> 저희도 그걸 파악을 했고 그리고 노조가 이것 때문에 진상조사가 들어가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번에 국정감사에서 그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1년 전에는 서울시립보라매병원에서는 임신기에 있었던 여성 노동자가 재계약을 앞두고 해고가 됐는데요. 그게 실은 임신·출산기 때문에 해고가 된 게 아니라 이후에 써야 되는 육아휴직 같은 게 불편한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해고가 됐고 또 울산대병원 같은 경우는 올 초에 집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했었던 여성 노동자들만 대상으로 전체 승진 대상에서 누락이 됐습니다. 저희가 국제 노총에 있는 여성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아니, 정리해고를 하려면 임금이 많이 나가는 경력이 높은 남성들이 보통 대상이 되는데 어떻게 한국 사회는 젊은 양육기 여성이 대상이 되느냐?’ 이해를 못한다는 거예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걸음마 단계 했더니 언제까지 걸음만 할 거냐, 그 말씀이 핵심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 김수경>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네, 민주노총 김수경 여성국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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