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없으면 어때' 박태환은 웃었다

박태환 (자료사진=노컷뉴스)

박태환(25·인천시청)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 내내 박태환을 향한 응원의 열기는 그가 올림픽을 제패할 때 못지 않게 뜨거웠다. 박태환의 적은 옆 레인에서 물살을 가른 타국 선수들이 아니었다. 자신의 이름이 걸린 수영장, 금메달을 바라는 홈 팬들의 기대 등등 부담감과 싸워 이겨야 했다.

박태환은 대회 3연패를 노린 자유형 400m와 자유형 200m 등 주종목에서 연이어 3위를 차지했다. 동료들과 함께 출전한 계영 400m와 800m에서도 동메달을 수확했다.

박태환과 쑨양의 대결은 아시안게임의 '메인 이벤트'였다. 일본의 수영 기대주 하기노 고스케가 선전을 거듭하면서 박태환의 출전 경기는 한중일 삼국지 구도로 진행됐다. 박태환은 쑨양, 하기노에 이어 줄곧 3위에 머물렀다.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 무대에서 값지지 않은 메달은 없다. 그렇지만 개인전 동메달, 특히 자유형 400m 경기는 박태환으로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였다.

박태환은 지난 8월21일 팬퍼시픽수영선수권 대회 자유형 400m에서 시즌 세계랭킹 1위 기록(3분43초15)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다. 대회 한달 전 좋은 기록을 올리면서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치가 크게 올랐다.

그런데 한달 사이에 기록이 약 5초가 줄어들었다. 박태환의 대회 400m 결승 기록은 3분48초33이었다.

큰 대회를 앞두고 페이스를 너무 급하게 끌어올린 탓일까. 박태환의 컨디션은 분명 100%가 아닌 것 같았다. 이번 대회 4관왕을 차지한 하기노 고스케는 "이번 주에 자유형이 잘된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이번 주'라는 말이 핵심이다. 선수에게는 리듬이 있다.

심리적인 부담도 박태환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박태환은 400m 경기를 마치고 "나에게 관심이 너무 집중되고 또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다 보니 사인 요청도 많이 받고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내가 이겨내야 할 문제였지만 부담이 있었다. 심리적인 부담이 크게 느껴졌다. 거기서부터 흐트러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게다가 경기가 열린 장소는 '문학박태환수영장'이다. 자신의 이름이 걸린 수영장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도 박태환에게는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박태환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자유형 1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경기 후 "지금껏 경기하면서 그나마 몸이 괜찮아진 경기였다"고 말했다. 그동안 컨디션이 다소 떨어져있었다는 점을 인정했고 이겨냈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6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 금메달은 없었다. 박태환은 많이 아쉬워 한다.

하지만 박태환에게는 메달 색깔보다 중요한 열정이 있었다. 박태환은 6일동안 무려 7경기에 출전했다. 자신을 보기 위해 티켓을 끊고 찾아오는 관중을 위해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았다.

박태환은 대회 기간에 "죄송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팬들이 화를 내지 않는데 박태환은 사과를 입버릇처럼 했다. 그만큼 부담이 많았다.

하지만 박태환을 향한 목소리는 응원과 격려 뿐이다. 함께 경쟁을 펼친 타국 선수들에게도 한없는 존경의 대상이다. 박태환과 함께 역영을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하기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쑨양이 직접 배달(?)한 생일 케이크가 그 예다.

금메달이 없어도 뭐가 문제인가. 박태환은 웃을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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