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된 양희종 "문태종 형이 꿀 패스를 주셨어요"

양희종 (사진 제공=KBL)

27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한국과 필리핀의 8강리그 2차전은 12년 전 부산 대회에서 이상민의 버저비터 3점슛으로 필리핀을 꺾었던 준결승전 못지 않은 명승부였다.

한때 16점차로 뒤진 스코어를 뒤집는 데 있어서 총 38점을 몰아넣은 문태종(창원 LG)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대역전승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수비형 선수'로 알려진 양희종(안양 KGC인삼공사)이었다.

양희종은 88-89로 뒤진 종료 59.4초 전 돌파에 이은 골밑슛으로 전세를 뒤집었고 이어지는 공격에서는 문태종의 어시스트를 받아 쐐기 3점슛을 터뜨려 한국의 97-95 승리를 이끌었다.

프로농구 무대에서 공격보다는 수비에 더 능한 선수로 알려진 양희종이기에 그가 보여준 해결사 능력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양희종이 경기 막판 집중력을 끌어올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유재학 감독의 '레이저' 때문이었다.


양희종은 "막판에 공격리바운드를 2개나 빼앗겼다. 그 과정에서 반칙을 했고 필리핀 선수가 자유투를 넣어 1점차로 뒤졌다. 그때 벤치에서 유재학 감독의 레이저 눈빛을 맞았다. 뭐라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양희종은 곧바로 골밑 돌파를 성공시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승부를 결정지은 양희종의 3점슛이었다.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돌파를 하다 중심을 잃은 문태종은 넘어지면서 외곽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양희종을 놓치지 않고 패스를 건넸다.

"태종이 형이 워낙 꿀 패스를 주셨다"며 웃은 양희종은 "상대 접촉이 있어 넘어졌는데 넘어지면서도 손 끝에서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이 좋았다"고 말했다.

해결사가 되어 역전승을 이끌었지만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겠다는 양희종이다. 양희종은 한국이 추격하던 후반 승부처에서 강력한 압박과 수비,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팁인 득점 등 궂은 일을 통해 대표팀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주역이다. 유재학 감독도 인정한 부분이다.

양희종은 "내 임무는 슈터 역할이 아니고 수비에서 활력을 불어넣고 팀 사기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내 맡은 바 임무를 하는 것이 대표팀에서 내가 할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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