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대신 아들 뺏는다'…伊 마피아 대응책 관심

교화시설 수용 마피아 아들 '깨끗한 삶' 선언

이탈리아가 '마피아와의 전쟁'에서 이전의 재산 몰수 대신 선택한 새로운 전략이 관심을 끌고 있다.

씨족 집단의 공고한 유대로 유지되는 마피아 집단으로부터 재산보다 더 소중한 후계자를 빼앗는 것이다.

이탈리아 법원은 지금까지 악명 높은 마피아 조직의 후손 20여 명에게 '추방 명령'을 내렸다. 그 첫 번째 사례로 2년 전 교화시설에 수용됐다가 올해 초 고향으로 돌아온 리카르도 코르디(18)는 '깨끗한 삶'을 선언했다.


마피아와의 전쟁에서 선택한 이 새로운 전략이 성공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지역 주민들은 마을 광장에 모여 이 문제를 토론하는 등 관심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주(州)에 본거지를 둔 악명 높은 '은드란게타'의 후손인 리카르도는 2년 전 절도 미수와 경찰차 파손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마피아의 자손이 벌인 범죄를 증언해 줄 사람은 없었다.

리카르도의 형 3명을 교도소로 보낸 로베르토 디 벨라 판사는 그의 범죄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곧바로 그에게 교화시설 입소를 명령을 내렸다. 자녀를 제대로 키울 수 없는 가정에서는 법원이 미성년자를 떼어놓을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시칠리아의 청소년 교화시설로 보내진 그는 이전에 받았던 보살핌을 받을 수 없었다. 야간 외출을 금지하는 규율은 엄격했고, 모두가 스스로 자신의 잠자리를 정돈했으며 공동 식탁에 앉아 식사해야 했다.

리카르도는 AP와의 인터뷰에서 "힘든 시간이었다"며 "날짜를 세고 있었다"고 말했다.

판사가 리카르도에게 붙여준 심리학자 엔리코 인테르도나토는 아이들이 모여 밴드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용감한 밴드는 시칠리아의 사업가들이 마피아에게 '보호비' 명목의 돈을 내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는 운동을 벌였다.

인테르도나토는 리카르도의 신분을 감춘 채 마피아 범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에 데려가기도 했다.

처음 이틀 동안 먹는 것도 거부했던 리카르도는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 방과 후 교실에서 결손 가정 아이들을 위해 봉사를 했다. 바닷가에서조차 재킷의 단추를 모두 채우고 뻣뻣하게 걷던 그가 아이들을 웃게 해주려고 암탉처럼 우는 소리를 내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토요일 밤엔 인테르도나토가 리카르도를 데리고 피자와 맥주를 먹으러 나가기도 했고 디스코텍에 가기도 했다.

지난 2월, 18살 생일에 리카르도의 교화시설 생활이 끝났다. 그는 방과 후 교실에서 생일 축하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3개월 뒤 리카르도는 신문 기고문에 자신의 가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깨끗한 삶'을 원한다고 썼다. 새로 시작할 기회를 준 디 벨라 판사와 인테르도나토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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