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임용규(23, 당진시청)-정현(18, 삼일공고)의 경기에 이형택은 일비일희했다. 점수를 따내면 큰 소리로 힘을 실어줬고, 잃으면 안타까움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날 경기는 접전이 이어진 데다 비로 경기가 한 시간 정도 중단되는 등 변수도 있었다.
결국 후배들이 2-0 승리로 금메달을 확정짓자 이형택은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이형택은 "굉장히 대견스럽고 한국 테니스에 큰 역할 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수고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축하를 보냈다.
한국 테니스 최고 스타 이형택도 이루지 못한 결실이었다. 이형택은 1998년 방콕과 2002년 부산 대회에서 거푸 복식 결승에 올랐지만 은메달에 머물렀다. 2000년과 2007년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단식 16강의 역사를 쓴 이형택도 걸지 못했던 복식 금메달이다.
후배들이 대견스러웠다. 이형택은 "사실 2006년 도하 대회 단체전 때도 오늘처럼 비가 와 경기가 중단됐다"면서 "금메달은 땄지만 몸살이 걸려 단식 결승에서는 은메달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우천 중단으로 흐름이 바뀔 수 있었는데 위기는 있었지만 후배들이 잘 극복해냈다"고 강조했다.
테니스 부활의 발판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이형택은 "한국 테니스가 광저우 대회 때 노 골드에 그치는 등 침체기였다"면서 "그러나 후배들의 금메달로 부활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들이 자신을 넘어 한국 테니스의 새로운 전설이 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형택은 "나도 방콕 대회 단체전 금메달로 2000년 US오픈에 나갈 수 있었다"면서 "만약 금메달이 없었다면 2000년대는 군대에 있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현도 이번에 금메달을 땄으니 메이저 대회에 도전할 기회가 마련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