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김다래(27)였다. 김다래는 0-0으로 맞선 3쿼터 11분 천금의 결승골을 넣었다. 주장 김종은(28, 이상 아산시청)이 슈팅 서클 안에서 친 공이 상대 맞고 굴절되자 이를 놓치지 않고 스틱을 휘둘러 중국 골문을 통렬하게 갈랐다.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16년 만에 한국에 안긴 금메달이었다. 한국 여자 하키는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3회 연속 분루를 삼켰다.
특히 중국의 4회 연속 우승을 막은 결정적 한방이었다. 이날 경기 패배 뒤 중국 여자 하키 간판 스타 리홍샤(28)는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굵은 눈물을 흘렸다. 중국의 건국 65주년 기념일인 이날 고국에 안기려 기쁨을 더하려 했지만 좌절되자 저절로 흘러나온 아쉬움이었다.
더욱이 이번 대회는 리홍샤의 마지막 아시아게임이 될지 몰랐다. 세대 교체를 이룬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에게 멋진 경험을 안기며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바람이 무산된 것이다. 2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던 리홍샤였기에 더 회한이 컸다.
그럴 만도 했다. 지난 3개 대회에서 한국의 우승을 막은 것이 중국이었다. 2002년 부산과 2010년 광저우 대회 결승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겼다. 특히 4년 전 광저우 때 한국은 중국과 승부타 끝에 1점 차로 져 분루를 흘려야 했다. 당시 주역이 리홍샤였다.
김다래는 "4년 전 광저우에서도 중국에 전력적으로 밀리진 않았다"고 아쉬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때는 운이 없었고 지금은 운이 따랐다"며 비로소 설욕했다는 듯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상대에 대해서는 "중국은 많이 바뀌었지만 우리는 광저우 멤버 그대로 왔다"면서 "중국이 생각보다 약해진 것 같다"며 웃었다.
금메달의 소득은 아시아 최강의 자존심과 함께 2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낸 것. 한진수 대표팀 감독은 "만약 이번에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험난한 예선을 치를 뻔했다"면서 "이제 우리도 본선 티켓에 관계없이 새로운 전술과 세대 교체 등 실험을 부담 없이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김다래는 "후배, 언니들이랑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면서 귀엽게 이를 앙다물었다. 한국 여자 하키가 다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채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