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개막 기자회견 관통한 '우려의 목소리'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땄지만...'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 신인들이 6일 '2014-2015 KCC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2014-2015 KCC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가 열린 6일 서울 프라자호텔. 오는 11일부터 6개월 동안 대장정을 맞이하는 10개 구단 감독과 간판급 선수, 신인들이 나와 우승에 대한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번 시즌은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운을 받아 어느 때보다 농구 인기 부활의 기대가 큰 상황. 남자 농구 대표팀은 지난 3일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을 넘어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의 우승 감격을 맛봤다.


하지만 이날 미디어데이를 관통했던 분위기는 걱정과 우려였다. 적잖은 주축과 신인 선수들이 팀 훈련 공백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고, 각 팀 사령탑은 내년 시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일단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부터 조심스러운 각오를 밝혔다. 아시안게임은 물론 농구 월드컵 차출로 인한 팀 훈련 공백 때문이다. 먼저 대표팀을 이끌었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팀과 만난 시간이 정말 짧아 준비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다"면서 "더 집중해서 빨리 팀에 녹아들어야겠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대표팀 주장 양동근(모비스)를 비롯해 김선형(SK), 김종규(LG), 양희종(KGC), 조성민(KT) 등은 "대표팀 차출로 비시즌 동안 팀 훈련을 못 했다"면서 "분위기를 망치지 않고, 팀에 빨리 녹아들겠다"고 다짐했다.

일부 신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는 10일 사활을 건 정기전을 앞둔 양대 사학 출신 선수들이다. 이번 시즌 1순위 신인 고려대 출신 이승현(오리온스)은 "정기전 때문에 제대로 팀에 합류하지 못했는데 끝나고 꼭 6강이 아닌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연세대 출신인 허웅(KCC), 김준일(삼성)도 마찬가지다.

▲"용병 출전 확대, 국내 선수 기회-경쟁력 저하 우려"

감독들은 내년 시즌이 더 걱정이었다. 바로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이 바뀔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진행될 한국농구연맹(KBL) 이사회에서 현행 2명 보유, 1명 출전에서 2명 출전으로 변경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는 소식이다.

이에 일단 감독들은 "프로농구의 흥행을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전제했다. 나날이 하락하는 농구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화려한 공격력을 갖춘 단신 외국인 선수들을 출전시킨다는 데 따른 의견이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입지와 국제 경쟁력을 위한 걱정의 소리가 더 높았다. 전창진 KT 감독은 "프로농구 출범 취지와는 상반된 내용이라 당혹스럽다"면서 "프로 초창기 용병이 2명이 뛰면서 국내 선수들이 위축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12년 만에 금메달을 땄는데 어떻게 진전될지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대학 선수의 진로 결정이 어렵고, 어린 선수들 농구하는 데 애로사항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경은 SK 감독도 "그렇지 않아도 슈터가 많이 부족하다는 기사를 봤다"면서 "용병이 2명 뛰면 슈터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국내 선수들이 파워포워드를 기피하지 않을까 싶다"고 걱정했다. 이상민 삼성 감독도 "흥행과 경기의 질은 좋아지겠지만 안 그래도 선수들의 취업률이 낮은데 그 문제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2년 동안 대표팀을 맡았던 유재학 감독의 걱정이 컸다. 유 감독은 "대표팀을 맡으면서 어려웠던 게 몸싸움 적응과 기술 문제였다"면서 " 매년 국제대회가 열리는데 국내 선수들이 경쟁력과 활동량을 봤을 때 과연 옳은 결정인가 물음표가 든다"고 했다.

이어 한국 농구 전체에 대해서도 "2년 동안 몸싸움과 개인 기술 문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면서 "어릴 때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KBL 판정에 대해서도 유 감독은 "규정 자체가 몸싸움을 허용하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체육관을 찾은 관중이 몸싸움을 하는 소리에 대한 쾌감이 있을 텐데 심판부에 의해 피해지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부푼 기대를 안고 개막하는 2014-2015시즌 프로농구. 그러나 진정한 농구 인기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숙고해야 할 문제가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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