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총각' 남태희, 슈틸리케의 '황태자' 선점

파라과이전서 77분간 공격형 미드필더로 맹활약

카타르에서 활약하는 남태희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가진 첫 번째 A매치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으로 '황태자'로 도약할 수있는 확실한 발판을 마련했다. 박종민기자
남태희(레퀴야)는 단순히 열심히 노력만 하는 '옆집 총각'이 아니었다.

남태희는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77분을 활약하며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넣는 등 맹활약으로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대표팀 소집 당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카타르에서 활약할 당시 옆집에 살았던 이색 경력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남태희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첫 A매치에서 '황태자'로 군림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거침없는 활약으로 A매치 데뷔골을 넣었고, 현란한 발 재간으로 감독뿐 아니라 축구팬에게도 그 누구보다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사실 남태희는 그동안 대표팀과 인연이 적었다. 가진 장점에 비해 또래보다 작은 체구가 더 큰 단점으로 부각됐다. 더욱이 프랑스에서 활약하다 카타르로 이적하면서 실력에 과소 평가된 부분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 중동에서 활약하는 대표팀 주전급 선수들이 많아졌지만 남태희가 이적할 2011년 당시만 해도 중동은 은퇴를 앞둔 베테랑 선수들이 돈벌이를 위해 향하는 수준 낮은 리그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사실 남태희는 과거 대한축구협회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레딩FC로 우수선수 해외축구 유학을 보냈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촉망받던 한국 축구의 자원이다. 당시 남태희는 지동원(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김원식(경찰축구단)과 어린 나이에 잉글랜드의 축구를 경험했다. 덕분에 프랑스 리그 1 발랑시엔에서 활약했고, 현역 은퇴 후 감독이 된 전 동료의 부름으로 활동 무대를 카타르로 옮겨 소속팀의 에이스로 맹활약하고 있다.

비록 브라질월드컵 출전이 무산되는 등 성인 대표팀과의 인연은 깊지 않았다. 하지만 남태희는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대표팀의 일원이었다. 지난 시즌 카타르 스타스리그에서도 24경기에서 12골을 넣으며 소속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스타스리그에서 활약한 모든 선수 가운데 경기당 평점도 가장 높았다.

모두가 높이 쳐주지 않았던 중동에서 묵묵히 자신의 경력을 쌓았던 남태희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옆집에 살았던 다른 팀 감독 울리 슈틸리케가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것. 카타르에서부터 남태희를 지켜봤던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에서의 첫 번째 A매치에 남태희를 선발 출전시켰다. 그리고 남태희는 감독의 믿음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전반 27분 상대 문전에서의 속임수 동작으로 수비수와 골키퍼를 속여 김민우(사간 도스)의 선제골을 이쓸었던 남태희는 6분 뒤에는 자신이 직접 두 번째 골을 꽂아 넣었다. 전반 막판 오프사이드가 지적된 조영철(카타르SC)의 기막힌 슈팅을 이끈 패스 역시 남태희의 몫이다.

비록 활약상은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프랑스에서는 큰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유망주로, 카타르에서는 '중동 메시'라는 별명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남태희. 드디어 진흙 속에 묻혔던 보석이 찬란하게 빛날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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