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이만수의 2014년 '행복·감사, 그리고 사표'

'감독이라는 직업, 참 힘들어요' 17일 2014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올해를 결산한 염경엽 넥센(오른쪽), 이만수 SK 감독.(자료사진=넥센, SK)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넥센의 경기가 열린 17일 목동구장. 정규리그 최종전인 만큼 경기 전 양 팀 사령탑은 올해 한 시즌을 돌아봤다.

공교롭게도 두 팀 감독의 결산 키워드는 같았다. 바로 '행복과 감사'였다.

성적이 좋은 염경엽 넥센 감독이야 그렇다손치더라도 올해를 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만수 SK 감독도 "고맙고 행복했다"고 올해를 되새겼다. 과연 두 감독의 2014년은 어땠을까.


▲"이런 선수들과 한 시즌 보내 행복하고 고맙다"

먼저 넥센은 풍족한 수확을 거뒀다.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4위로 아쉽게 준PO에서 탈락한 아쉬움을 씻을 만한 성적이다.

기록도 풍성하다. 톱타자 서건창이 20년 만의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운 데다 사상 첫 200안타 고지도 눈앞에 뒀다. 4번 타자 박병호는 11년 만의 한 시즌 50홈런을 돌파했고, 에이스 밴 헤켄은 7년 만의 20승 투수가 됐다. 강정호 역시 유격수 사상 최다 홈런(39개)에 유격수 최초 30홈런, 10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염 감독은 "기록과 성적 면에서 잘 나와 만족스럽고 행복하다"면서 "선수, 코칭스태프 등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4, 5월 어려울 때 잘 버텨줘 고맙고 발전하는 모습이었다"고 자평했다.

이만수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이겨낸 선수단이 고마웠다.

먼저 이 감독은 "사실 오늘이 감독 생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4위 경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면서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Never ever give up)는 정신을 이뤄낸 선수단이 고맙고 이런 선수들과 함께 해 즐거웠다"고 반추했다.

SK는 올 시즌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스캇과 울프 등 외인들이 부상과 가정사로 시즌 중 전력에서 이탈했고, 최정과 박희수, 박정배 등 주축들이 부상으로 신음했다. 이 감독은 "8위를 석 달 동안 했는데 없는 살림에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줬다"고 선수들에 대한 대견한 표정을 지었다.

▲"프로는 성적, 사표는 늘 품에 안고 산다"

두 사령탑의 결산 키워드는 또 있었다. 바로 사표였다. 언제든 물러날 뜻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5월 한때 5연패를 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사표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4강에 들었는데 올해 못 하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못한다"는 게 이유였다. 다행히 6~8월 반등하면서 염 감독이 품은 사표는 제출되지 않았다.

이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면서 이 감독은 "때문에 늘 사표를 지니고 다닌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벌써 잘렸어야 했는데 시즌 끝까지 믿어준 구단에 감사한다"면서 "덕분에 시즌 중 사퇴라는 야구 인생에 상처는 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구 감독의 애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염 감독은 이날 취재진과 간담회 말미에 김시진 롯데 감독 얘기가 나오자 "가슴이 아프다"며 표정이 굳어졌다. 이날 김 감독은 LG전을 앞두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염 감독은 지난 2012년 코치로 넥센 사령탑이던 김 감독을 보좌한 바 있다. 염 감독은 "김 감독님이 올 시즌 중 고충을 다른 데는 말씀하지 않았지만 내게는 털어놓으셨다"면서 "사정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사표는 감독의 숙명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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