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발편지' 전민재 동생 "누나, 이젠 맘껏 웃어"

- 5살때 뇌염 앓은 후 뇌성마비 장애
- 한때 깊은 절망..육상 만난후 변해
- 발편지 준비한것 가족도 몰라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민상 (인천장애인AG 여자육상 2관왕 전민재 선수 동생)

지난 일요일엔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는 여자장애인 육상 200m 경기가 열렸습니다. 여기에서 7번 레인에 있던 한 선수가 압도적인 스피드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우승했는데요. 이 주인공은 우리의 장애인 육상국가대표 전민재 선수였습니다. 이번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오른 우리나라 간판 선수인데요. 여기까지도 뉴스입니다만, 진짜 화제는 그 다음 장면이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전민재 선수가 갑자기 경기장에서 모습을 감춘 겁니다. 경기장에 있던 가족이나 관계자들은 당연히 어리둥절해했죠. 그때 전민재 선수가 종이 한 장을 들고 다시 나타났습니다. 발가락으로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편지였습니다. 그러니까 발편지인 거죠. 말도 자유롭게 할 수 없고, 연필도 쥘 수 없는 전 선수가 발로 써내려간 이 우승소감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전민재 선수의 남동생 전민상 씨를 연결을 해보죠. 전민상 씨, 안녕하세요.

[김현정의 뉴스쇼 전체듣기]


◆ 전민상>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그날 그 현장에서 전민재 선수의 편지를 대신 읽었던 그분이신 거죠?

◆ 전민상>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전민재 선수가 누구인지 누나 소개를 직접 해 주시겠어요?

◆ 전민상> 전민재 선수는 대한민국 장애인 국가대표 육상 선수고요. 일단 국내에는 적수가 없더라고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체전은 10연패를 달성했고요.

◇ 김현정> 그야말로 휩쓸었네요?

◆ 전민상> 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200m 4위를 했었고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100m, 200m 은메달을 땄었고요. 그리고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 200m 은메달 땄었습니다.

◇ 김현정> 지금 큰 것만 얘기해주신 것도 이 정도예요. 한국장애인 여자 육상의 간판스타인 전민재 선수! 조금 가슴 아픈 얘기입니다만, 뇌성마비는 언제 어떻게 앓게 된 거죠?

◆ 전민상> 5살 때 뇌염 판정을 받고 그때부터 뇌성마비 장애를 앓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사실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시기가 사춘기거든요. 누나도 비슷했습니까?

◆ 전민상> 누나가 사춘기 때, 20살 때까지만 살겠다고 그런 말을 해서 부모님이 많이 마음 아파하셨다고요.

◇ 김현정> 너무 힘들어서, ‘나 그냥 20살까지만 살게 해 주세요.’ 이렇게 말할 정도로?

◆ 전민상> 네...

◇ 김현정> 그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군요. 그랬던 누나가 도대체 어떻게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거죠?

◆ 전민상> 19살 때 장애인 초등학교를 입학을 했어요.

◇ 김현정> 19살에 초등학교를?

◆ 전민상> 네. 그리고 중학교 2학년이었던 2003년에 재활학교 체육선생님이 달리기를 권유하셨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런데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낸 거예요?

◆ 전민상> 네.

◇ 김현정> 그래서 매번 대회를 휩쓸고 이번 인천장애인 아시안게임도 자연스럽게 출전을 하게 된 건데요. 원래 잘하던 선수니까 우전민재 선수가 1등을 한 것까지는 신기한 일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선수가 1등을 한 다음에 갑자기 사라진 거예요?

◆ 전민상> 예. 저도 좀 당황스러웠는데요. 갑자기 어디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거의 한 종이 2장을 붙여서 발로 쓴 편지를 하나 가지고 나오더라고요.

◇ 김현정> 잠시 후 나타났는데 도화지만한 종이 두 장을 붙여서 가지고 나왔어요. 그 안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겁니까?

◆ 전민상> 제가 읽어드려도 될까요?

◇ 김현정> 그러시죠.

◆ 전민상> '메달을 따서 정말 기쁘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위해 응원해주신 가족들과 같이 고생한 선수들, 친구들에게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항상 저에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며 격려와 칭찬을 해주셨던 감독님. 매일매일 감독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면서, 연습을 거듭하면서 특히 힘들고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못생긴 전민재 선수가.'

◇ 김현정> '못생긴 전민재 선수가'? 스스로한테 이렇게 쓴거에요? 그걸 다 지금 발로 써온 거예요?

◆ 전민상> 맞습니다.

전민재 선수 (자료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 김현정> 언제 이걸 준비했다고 해요?

◆ 전민상> 저도 그 당일까지 몰랐는데요.

◇ 김현정> 동생도 전혀 몰랐던 일입니까?

◆ 전민상> 네.

◇ 김현정> 아무한테도 말을 안 한 거예요?

◆ 전민상> 아무래도 1등을 하면 이걸 보여줘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전부터 썼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요?

◆ 전민상> 아마 그런 것 같아요.

◇ 김현정> 우리 전민상 씨도 깜짝 놀랐겠는데요?

◆ 전민상> 네, 놀랐어요. 어떻게 연습해 왔는지도 알고. 그런 게 생각나니까 마지막에는 저도 되게 울컥하더라고요.

◇ 김현정> 어떤 순간이 특별히 더 기억이 나던가요?

◆ 전민상> 누나가 소속팀이 없어요.

◇ 김현정> 이렇게 잘하는데 소속팀이 없어요?

◆ 전민상> 네. 고향집에서 누나가 혼자서 연습을 하는데요.

◇ 김현정> 고향은 어딘가요?

◆ 전민상> 전라북도 진안이요.

◇ 김현정> 진안에서 그냥 혼자 연습을 해요? 감독도 없고 코치도 없고? 국가대표인데요?

◆ 전민상> 장애인 체육 쪽은 그렇게 열악하더라고요.


◇ 김현정> 옆에서 누가 함께 달리면서 잘 달렸다, 못 달렸다 기록도 체크해고, 채찍도 되어주고 이래야 하는데요 그럴 만한 사람이 평소에는 없는 거예요?

◆ 전민상> 대회가 가까웠을 때에만 도에서 지원해주시는 코치진이 있긴 한데요. 그 외에는 혼자서... 마을이 시골이다 보니까 논밭이 되게 많은데 타이어 같은 거 메고요...

◇ 김현정> 타이어를 메고요? 뇌성마비의 장애인인데요?

◆ 전민상> 네.

◇ 김현정> 타이어를 메고 논두렁 달리는 누나의 모습을 다 지켜봐온 가족들 입장에서는 그날의 우승, 그날의 발편지가 얼마나 감동스러웠을까... 아.. 저도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요. 전민상씨, 누나하고 평소에 친해요?

◆ 전민상> 네, 평소에 모바일 메신저로 같은 걸로 연락하면서 지내요(웃음).

◇ 김현정> 아무리 친해도 누나한테 하지 못했던 말들이 있을 거예요. 그렇죠?

◆ 전민상> 네.

◇ 김현정> 누나는 발로 어렵게 써내려간 편지로 가족들을 감동시켰는데요. 동생도 화답의 메시지, 가슴에서 쌓아뒀던 메시지 하나 전하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 전민상> 네(웃음).

◇ 김현정> ‘누나!’ 하면서요.

◆ 전민상> 저희 누나가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 같은 데 가면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다녀요. 무엇이 이 위대한 선수를 고개 숙이게 하는지는 본인이 아니면 모르겠죠. 그런데 누나, 이제는 달리기할 때처럼 어디 외출하거나 할 때도 당당하게, 미소천사의 타이틀에 맞게 밝은 모습이었으면 좋겠어. 지금처럼 항상 웃었으면 좋겠고 사랑해, 누나!

◇ 김현정> ‘사랑해, 누나’. 누나가 환하게 웃으면서 사람들 사이를 걸어갈 수 있어야 될 겁니다. 우리가 뜨겁게 박수를, 메달 땄을때에만 잠깐 보내는 게 아니라 계속 보내줘야 됩니다. 그렇죠?

◆ 전민상> 네.

◇ 김현정> 전민상 씨, 누나 옆에서 끝까지 응원 잘해주셔야 돼요.

◆ 전민상> 알겠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안부도 전해주십시오. 오늘 고맙습니다.

◆ 전민상> 감사합니다.

◇ 김현정> 많은 이들을 울린 육상 전민재 선수의 편지. 그 편지를 직접 읽은 동생입니다. 전민상 씨 연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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