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재 결정, 선거제도 개혁의 출발점 삼아야

(사진=박종민 기자)
헌법재판소가 30일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를 획정한 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1에서 2대1 이하로 바꾸라며 입법 기준을 제시하고 내년 12월 31일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치도록 시한을 정했다. 지역대표성보다 투표 가치의 평등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다.

이에 따라 내후년에 치러질 20대 총선에 초대형 변수가 발생했고, 늦어도 내년 말까지는 선거구의 대폭적인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대로 선거구를 조정할 경우 현재의 지역구 의석 가운데 60여 곳의 선거구 조정이 예상된다. 인구가 밀집된 서울,수도권은 늘고 영호남과 강원 등 농촌지역은 줄어들 공산이 크다.

선거구를 대대적으로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혼선과 진통이 불가피한 만큼, 이 참에 정치권은 인구편차에 맞도록 선거구만 조정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구도를 심화시키고 있는 현행 선거제도까지 손질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현재의 소선거구제는 우리 정치의 가장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를 더욱 심화시키는 구조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소선거구제가 적용된 초기만 해도 영남과 호남에서 특정정당에 몰표가 나오는 현상이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지만 갈수록 지역주의가 심화되는 투표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지역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대도시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등을 통해 지역주의를 해소할 정치적 기초를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또한 소선거구제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긴 사람이 30%대의 지지율을 얻었더라도 100%의 대표권을 행사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이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석패율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도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울산에서 54.3%의 득표율로 울산지역 6석을 모두 차지했고, 강원에서도 52.8%의 득표율로 9석 모두 석권했다.

또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임에도 불구하고 호남지역 30개 선거구 중 13개 지역에서 후보를 내지도 못했다. 모두 소선거구제 하에서의 지역주의 병폐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구제 조정을 통해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와 승자독식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선거구제의 합리적 개선이 가능하려면 정당 이기주의와 국회의원의 밥그릇 싸움의 양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국회에서 독립시켜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외부인사로 구성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구 재조정이 우리 정치를 새롭게 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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