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2-3달 만에 다읽은 한국문학전집, 든든했다”

신경숙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1년 12월 2일 (금) 오후 7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소설가 신경숙


▶정관용> 시사자키 3부 시작합니다. 오늘 3부 참 특별한 손님 모셨습니다. 여러분 너무 너무 좋아하시는 소설가 신경숙 씨. 어렵게 오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올 한해 문학계의 한류를 이끌었다, 이런 평가를 받고 있지요. 국내에서 180만부가 넘게 팔렸던 <엄마를 부탁해>. 30여 개 넘는 나라에서 번역이 되어서 출간되었고요. 인터넷 서점 아마존 닷컴이 선정한 올해의 책 문학 부문 베스트 10으로 선정되는 등 엄마 신드롬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진행 중입니다. 이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인 신경숙 씨. 이번에 또 오랜만에 단편집을 들고 오셨습니다. <모르는 여인들>이라고 하는 단편. 그래서 오늘 저희가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어요. 신경숙 작가, 어서 오십시오.

▷신경숙> 안녕하세요?

▶정관용> 감기 걸리셨어요?

▷신경숙> 예, 감기가 조금 걸려서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아 있네요.

▶정관용> 외국 되게 많이 다녀오셨지요, 요새?

▷신경숙> 요새는 아니고, 제가 8월에 서울로 돌아왔고요.

▶정관용> 그 전에 한 1년 정도는 쭉 외국에 계셨고?

▷신경숙> 예, 1년 정도.

▶정관용> <엄마를 부탁해> 펴내는 나라들은 다 가셨나요?

▷신경숙> 아니에요. <엄마를 부탁해>는 31개국에 이제 출판 계약이 되어 있는데, 현재 책은 16나라에서 나왔고요.

▶정관용> 아, 나머지는 아직 계약?

▷신경숙> 아니요, 지금 나오고 있어요.

▶정관용> 아, 준비하고 있고?

▷신경숙> 예, 내년에도...

▶정관용> 그래서 이미 책이 나온 16개 나라는 다 가보셨어요, 아니면?

▷신경숙> 다는 아니고요, 유럽 중심으로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또 어디인가... 이스라엘, 유럽 중심으로 갔어요. 노르웨이, 포르투갈, 그런 8나라? 10나라 정도 갔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은 지난, 여기 서울 돌아와서 9월하고 10월에 두 번 갔습니다.

▶정관용> 가서 이제 독자들하고도 직접 만나시고?

▷신경숙> 예, 인터뷰도 하고.

▶정관용> 어느 나라의 반응이 제일 뜨겁던가요?

▷신경숙> 저는 사실 해외에 나가면 신인작가이기 때문에...

▶정관용> 외국에서는 그렇지요.

▷신경숙> 예, 신인작가여서 좀 신인... 이 정도의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것도 좀 신기한 일이었고요. 그리고 뭐 뜨거워서 데일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웃음)

▶정관용> 그래도 특별히 어느 나라가 정말 좀 반응이 열렬하더라, 이런 느낌이 혹시 있으셨어요?

▷신경숙>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경우는 책이 나오고 나서 인터뷰를 거의 한 30분 간격으로 계속 열 몇 개씩을 하고 그랬어요.

▶정관용> 언론사들이 쫙 서서?

▷신경숙> 예, 그랬고, 이스라엘 같은 경우에는 책이 나오고 나서 일주일? 이주일 되고 나서 그 나라의 종합 베스트 1위가 되고 그랬었어요.

▶정관용> 1위? 1~2주일 만에?

▷신경숙> 예.

▶정관용> 번역은 다 누가 했어요?

▷신경숙> 영어는... 영어가 나오고 난 다음에는 그러니까 세르비아라든지 이런 나라들은 한국 책이 전혀 번역된 적이 없기 때문에, 포르투갈도 마찬가지였고요. 영어하고 한국어를 같이 놓고 하는 경우도 있었고, 각각 나라마다 번역자가 다르지요.

▶정관용> 그러니까요. 전문 번역가들이...

▷신경숙> 예.

▶정관용> 한국어본을 번역할 사람들이 별로 없나보군요?

▷신경숙> 한국 책이 처음 나오는 나라들이 꽤 많이 있었어요.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런 나라들은 어쩔 수 없이 영어본을 가지고 했겠군요?

▷신경숙> 아, 그렇기도 한데, 이스라엘 같은 경우에는 또 한국어 하시는 분도 있어서 같이 놓고 했다고 해요.

▶정관용> 번역이 잘 되었나, 못 되었나, 우리 신경숙 작가께서는 직접 감수할 능력은 안 되시겠지만...

▷신경숙> 그런데 이제 인터뷰할 때 질문을 들어보면 그 책의 내용이 잘 전달이 됐는지, 그런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지요.

▶정관용> 이 책을 처음 쓰실 때 말이에요. 국내에서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오리라, 더 나아가서 해외에서까지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오리라, 혹시 예상하셨어요?

▷신경숙> 아니요. 제가 이 책을 쓰는데, 모든 작가들이 그러리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장편일 경우에는 그 작품이 정말 무사히 끝까지 잘 완성되는 것에 그것만 추진해나가는 것도 벅차요.

▶정관용> 그렇지요. 뒷마무리가 좀 약하신 분들도 많잖아요.

▷신경숙> 예, 그리고 또 작품 쓸 때마다 다른... 그게 뭐 신인작가이든 아니면 책을 꽤 여러 권 쓴 작가이든 새 작품 쓸 때 다 그냥 처음 상태로 돌아가 버리기 때문에...

▶정관용> 반응이 어떨지 예상 같은 건 아예 머리 속에 들어와 있지 않다?

▷신경숙> 예, 완성시키고 난 다음에 책으로 만들어질 때 어떤 꿈같은 건 갖게 되지요. 그리고 책이 나오고 나서, 그러니까 내가 이 작품을 쓴 사람으로서 좀 놀랐던 것은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보다 이 작품을 통해서 본인들의....

▶정관용> 자기 이야기, 자기 생각?

▷신경숙> 예, 본인들의 이야기들을 더 많이 했어요. 그래서 아, 어떤 그런 출구. 자기 무의식이나...

▶정관용> 그렇지요.

▷신경숙> 마음속에 있는 엄마 이야기들을 시작하게 해주는 출구, 그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정관용> 문학이든 모든 예술이 어떤 하나의 상황, 내지는 어떤 인물들을 전형화시켜서 또 극단까지 밀어붙이기도 해서, 그걸 보면서 독자들이, 또는 관객들이 각자 자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뭐 그런 게 기본 아니겠습니까?

▷신경숙> 글쎄요.

▶정관용>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엄마는 있으니까. 그렇잖아요? 엄마 없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에 있겠습니까?

▷신경숙> 그런 셈이지요. 하여튼 그 엄마 이야기를 세상에 공개적으로 하게 해준 그런 작품인 것 같아요. 저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그래서 할 말이 쓴 사람보다 독자들이...

▶정관용> 많지요.

▷신경숙> 많았던 작품, 특이한 작품이었지요.

▶정관용> 좀 거슬러 가보지요. 첫 작품을 내셔서 등단하신 게 85년. 그러면 지금 벌써 95, 2005, 26년째네요.

▷신경숙> 그렇습니다. 예.

▶정관용> 원래 글재주가 있으셨어요?

▷신경숙> 아...

▶정관용> 아니, 간단히 이력을 보면 정읍여자중학교 졸업하시고 서울 구로공단에서 일하시고 영등포여자고등학교 야간부에서 고등학교 과정 이수하시고, 그러다가 회사 부도 때문에 실직하시고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에 들어가셨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글에 대한 관심이 언제부터 있었고, 내가 좀 글재주가 있구나, 이런 것 언제부터 생각하셨어요?

▷신경숙> 재주가 있어서 시작한 게 아니라, 노트에 뭐 적어보고 하는 일을 좋아했어요.

▶정관용> 언제부터요? 어려서부터요?

▷신경숙> 어려서부터요. 그리고 책 읽고... 저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그냥 중농 정도인 가정에서 성장을 했는데, 대신 뭐가 이렇게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형제들이 많았어요.

▶정관용> 그때는 다 많았어요.

▷신경숙> 예, 그 형제들이 빌려온 책들을 제가 먼저 읽기 시작했던 것이 나에게 어떤 다른 세계에 대한 꿈을 꾸게 해줬고, 자꾸 책을 읽다가 보니까 쓰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그래서 몰래 노트에다가 뭔가를 적어보는 일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이 됐어요. 그래서 글 쓰고 하는 게 그냥 저한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정관용> 어려서 읽은 책들은 주로 어떤 책들이었습니까? 문학?

▷신경숙> 제가 선택했다기보다 특히 제 형제들 중에서 나하고 나이가 한 세 살 터울 지는 바로 위 오빠가 있었는데, 그 오빠가 빌려오는 책들을 주로 제가 먼저 읽는, 그런 시절이 꽤 오랫동안 되었었는데, 그러니까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은, 특이하게도 그 오빠가 시들을 되게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정관용> 시?

▷신경숙> 예, 그래서 그 시골마을에서 일찍, 중학생이 되기도 전에 황동규, 정현종, 신경림 이런 시들을 읽을 수 있었어요, 그 오빠 덕분에.

▶정관용> 그러셨어요?

▷신경숙> 그랬고, 터무니없이 아주 철학서 같은 것도, 니체, 이런 책들도 그 오빠가 빌려와서 그냥 제가 읽고.

▶정관용> 그 오빠는 지금 뭐하십니까?

▷신경숙> 지금은 법률 계통의 일을 합니다. 원래는 저는 그 오빠가 작가가 될 줄 알았네요. 그런데...

▶정관용> 그렇지요. 그러니까 중학교도 되기 전이라고 그러면 60년대 말, 70년대 초 이럴 때인데, 그때 신경림 선생의 시집이나 뭐 거의 그때 막 출간되고 그러던 때였을 거예요?

▷신경숙> 그렇지요. 그러니까 <고통의 축제>, <삼나무에 내리는 눈>, <농무> 이런 책들.

▶정관용> 그러니까요.

▷신경숙> 이런 시집들 많이 읽을 수 있었고.

▶정관용> 소설은 그때 별로 안 보셨어요?

▷신경숙> 아니에요, 소설은 그때보다는 대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국문학전집.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한국문학전집을 한 두 세 달에 걸쳐서 계속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그게 다 제 텃밭이 된 것 같아요.

▶정관용> 70년대 후반, 중반, 그 때는 주로 전집류가 많이들 팔리고, 집집마다 장식용으로라도 이제 뭐 한국문학, 세계문학 전집 같은 것들 사다놓고.

▷신경숙> 예, 그랬지요.

▶정관용> 그런 것들 이제 빼서 보고 그러면서?

▷신경숙> 그것도 제 형제가 이제, 가장 큰 맏이, 맏이가 그러니까 대학 들어가기 바로 직전 한 2~3개월 휴지기가 있잖아요, 그때 뭘 가지고 싶냐고 물어서 책이라고 그랬더니 그 책을, 60권짜리 전집을 구해줬어요.

▶정관용> 이야.

▷신경숙> 그래서 그것을 제 방에 이렇게, 책 읽기는 어두운 게 좋잖아요. 그래서 도화지를 이렇게 붙여놓고 밤낮으로 읽었던 그런 것들.

▶정관용> 저도 고3 대학 시험 쳐놓고, 학교는 가는데 수업은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런 기간 있잖아요. 두꺼운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신경숙> 맞아요.

▶정관용> 두 권짜리. 그걸 괜히 가방에 하나 넣어가지고 가서 그냥 읽었던 기억이 나요. 하나도 생각이 안 나지만.

▷신경숙> <악령> 같은 것들. 그리고 심지어 뭐랄까, 순수이성비판, 이런 것도 읽은 게 아마 그러니까 여러 가지 욕망들. 그런 것들이 겹쳐서, 실제로 다 이해해서라기보다 그런 책들과 함께 있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자기 인생을 그쪽으로 좀 끌고 가고 싶었던 그런 욕망이 나타난 것 아니었을까.

▶정관용> 많은 분들이 신경숙 작가를 평가하기를 아주 정제된 문장,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문장, 또 그러면서 어떤 한 상황이나 인물, 그걸 끝까지 쭉 추구해나가는 어떤 힘. 이런 부분들을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것들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작가라고 하면 혹시 누가 있을까요?

▷신경숙> 어, 한두 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누구를 딱히 설명할 수는 없고요. 그러니까 사실 19살에서 20살 되기 전에 한국문학전집 60권을 두세 달 사이에 읽어... 읽고 나서 세상으로 나오는 기분이 굉장히 든든했어요. 그 속에 들어있던 어떤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지나간 시간에 축적된 많은 인생들.

▶정관용> 그렇지요.

▷신경숙> 그리고 뭐 거기 문화적, 역사적 사건들.

▶정관용> 인생, 역사, 문화 다 들어있는 게 문학.

▷신경숙> 예, 거기에 다 들어있으니까. 그리고 아,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이 대개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실 행복하거나 유머러스하거나 모든 일들이 잘 해결되거나 이런 사람들은 잘 등장하지 않잖아요.

▶정관용> 슬픈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요.

▷신경숙> 예, 그리고 뭔가 고난에 처하고, 뭔가 해결되지 않는 일들하고 직면해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주로 주인공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이렇게 하나하나 문장으로 읽어내면서, 통과하면서, 아, 그 어렵고 해결되지 않고 어떤 슬프고, 고통스러운 것에 대한 것이 우리 인생의 아주 중요한, 나만이 아니라 그렇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지 않았나.

▶정관용> 그렇지요. 인생은 한 마디로 고(苦)지요.

▷신경숙> (웃음)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닐 테지만, 예.

▶정관용> 너무 좀 큰 질문, 갑자기 드려도 됩니까? 벌써 26년 글을 쭉 써오셨는데, 초창기 나는 어디에서 와서 지금 어디에 있고, 앞으로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나는 초창기에 무엇을 쓰고자 했고, 지금은 무엇을 쓰고 있고, 앞으로는 무엇을 쓰고자 하는가, 뭐 이런 질문입니다.

▷신경숙> 정말 거창하군요. (웃음)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특히 지금 제가 최근에 거의 8년 만에 <모르는 여인들>을...

▶정관용> 예, 단편집.

▷신경숙> 단편집을 출간하면서 저도 깊이 여러 가지 많은 생각들을 했는데, 왜냐하면 그 8년이라는 시간이 여기에 모아져있으니까. 물론 그 사이에 장편 <리진>이나...

▶정관용> 계속 쓰고 계셨지요.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그 틈, 끝나고 시작되고 할 때 쓴 작품들인데, 그게 어떤 익명의 존재들.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사람, 그러니까 이름을 내는 사람들보다 이름을 내지 않는, 그리고 조용히 살고 있는, 어떻게 보면, 내 언어가 그 사람을 호명하지 않았을 경우 그 사람이 누구지,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그렇게 보잘것없이 느껴지는 그런 평범한 삶. 그런 삶들에 대한 집중적인 조명을 계속 해왔었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관용> 평범함? 그것의 의미?

▷신경숙> 그렇지요. 아니, 그 평범함의 의미라기보다 그 이름이 없는, 그러니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수면 밑에서 조용히 자기 삶을 성실하게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진짜 빛나는 대목들, 아주 인간적인 면들. 그런 면들에 제가 관심이 많았었던 것 같고. 현재 생각은 그들이 끼치는 영향. 영향에 대해서 우리가 어디에서 이야기할 때는 대개 이름을 갖거나 어느 방면에서 굉장히 특출하게 돋보이는 사람들을 주로 집중조명하지만...

▶정관용> 그건 위인전이 해야지요.

▷신경숙> 예, 그렇지만, 문학에서는...

▶정관용> 그렇지요.

▷신경숙> 그게 아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 삶을 아주 묵묵히 통과해내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 집중을 많이 했던 것 같고요. 이름이 없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아요.

▶정관용>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관통되어 온 정신이 그런 것이었다?

▷신경숙> 예.

▶정관용> 앞으로도 계속?

▷신경숙> 장담은 못해요. 왜 그러냐 하면은, 저 같은 경우에는 제가 역사소설 같은 것은 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리진>을 써내기고 했었고...

▶정관용> 그렇지요.

▷신경숙> 그렇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 나올지는 저도 긴장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러니까 나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언제나 이렇게 보이는 사람, 그 사람들, 그런데 뜻밖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주 아름다움이나 강인한 면.

▶정관용> 아까 빛나는 대목이라고 표현하신.

▷신경숙> 예, 그리고 또 그들과 내가 함께 이 세상에 저질러놓은 많은 오류들. 그것들에 대한 어떤 감싸안는 시선으로 글을 쓰게 될 것 같아요.

▶정관용> 이번에 내신 이 <모르는 여인들>, 특히 이번에는 바로 그런, 말씀하신, 서로 잘 선이 닿을 것 같지 않은 그런 다른 사람과의 소통. 그 소통을 통해 자기를 치유한다든지, 뭔가 새롭게 깨닫는다든지, 새롭게 생각해본다든지, 그런 점들을 주목하신 책으로, 저도 지금 읽고 있거든요.


▷신경숙> 예. 그러니까 어느 시간 속에서 내가 이미 작별했다고 생각한 사람. 그 사람이 한 20년 후에, 혹은 10년 후에 어느, 서로 다른 곳에서 인생을 살아왔지만, 그들이 또 어느 날 보니 나를 변화시키는 어떤 중대한 관계가 그렇게 모르는 사이에 지속되어 왔다는 그런 것. 그러니까 그런 쪽에 집중이 많이 되어 있다는 것. 저도 읽으면서 깨달았어요. 그러니까 이 지난 8년 동안에 사회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너무 이렇게 어려운 일. 감당할 수 없는 어떤 인간에 대해서 절망하고. 사회적으로도 너무 고통스러운 일에 처하게 됐을 때, 이런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주 인간적인 친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이 세상에 작품으로 이렇게 탄생시켜놓는 것이 저도 그 시간들을 통과해내는 일이었던가 봐요.

▶정관용>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을 치유시키기 전에 신경숙 작가 스스로 치유되었다, 이런 표현이 어딘가 나오더라고요.

▷신경숙> (웃음) 원래 작품 속에 나오는 화자들 입을 통해서 작가의 말은 또 세상에 나가는 것이고. 그렇지요. 그러니까 순간 순간 가장 빛나게 살아야 되는 이유가 있기도 하는 거지요. 그게 다가 아니니까, 언제 누군가에게 그 순간이 영향을 끼칠지 모르고, 나 또한 누군가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누군가가 살아낸 어떤 삶. 그 삶에 나도 영향을 받게 되어 있으니까. 그런... 그런 생각 해요.

▶정관용> 다음 작품, 혹시 구상 끝난 게 있습니까? 아니면 시작 단계입니까?

▷신경숙> 제 마음 속에서 막 이야기들이, 두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튀어나오려고 부딪치고 있는데. 하나는 어느 날 갑자기 앞을 못 보게 된 사람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 그게 그런데 제가 새 작품을 뭘 쓸 거냐, 라고 이야기할 때마다 10년 전부터 해오던 이야기거든요.

▶정관용> 아, 그래요?

▷신경숙> 그런데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늘 그 작품이 뒤로 밀렸어요. 이번에는 밀릴지, 안 밀릴지, 저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

▶정관용> 글은 쓰는 겁니까, 써지는 겁니까?

▷신경숙> 두 가지 다인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은 일부러 쓰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자기가 써져서 쓰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데...

▶정관용> 대체로 써진 작품이 더 좋던가요?

▷신경숙>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닌데, 저절로 써지는, 써졌던 작품들이 나중에 훨씬 더 깊은 것은 있는 것 같아요.

▶정관용> 그렇지요.

▷신경숙> 예, 쓰고 싶을 때 쓴 작품들이 그런 것 같아요.

▶정관용> 앞으로도 그런 좋은 작품들 많이 써주시고요.

▷신경숙> (웃음)

▶정관용> 이번에 <엄마를 부탁해>가 전 세계적인 이런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사실 다른 작가들의 우리 문학 작품도 해외에서 주목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제일 앞장서 계시니까, 신 작가님께서도 좋은 작품으로, 또 후배들 작품도 해외에 좀 많이 나갈 수 있게, 그런 어떤 역할까지 이제 하셔야지요.

▷신경숙> 예.

▶정관용> 오늘 나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신경숙> 저도 감사합니다.

▶정관용> 예, 고맙습니다. 신경숙 작가와 훈훈한 대화 나눠봤습니다. 오늘 여기에서 마무리짓지요. 저는 다음주 월요일 6시에 다시 오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