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삭제 지시…몸통은 나"

이영호 꼬리자르기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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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불법 사찰' 증거인멸의 지시자로 지목한 이영호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실 고용노사비서관이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반격에 나섰다.

이 전 비서관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자료 삭제에 관한 모든 문제의 몸통은 바로 나"라며 어떤 책임이라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의 '자료 삭제 지시'가 범죄행위(증거인멸)인지 어디 한번 가려보자는 도전장을 내던진 동시에 '윗선'의 관련자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회견에서 이 전 비서관은 2010년 불법 사찰 의혹이 제기된 이후 최종석 당시 청와대 행정관에게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있는 내용을 철저히 삭제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장 전 주무관 역시 "강물에 버려도 좋다"는 최 행정관의 지시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자의 주장이 일치하면서 일단 '증거인멸 지시' 구조가 장진수-최종석-이영호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야당은 박영준 전 국무차장 등 '영포라인' 중심의 '윗선'이 더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2010년 수사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수첩에서 'BH(청와대) 지시사항' 등의 문구가 발견됐다.

최근 폭로 등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의 약칭은 'EB'로 표기됐다.

즉 이 전 비서관 외의 다른(EB가 아닌) 청와대 관계자가 공직윤리지원관실 활동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아울러 장 전 주무관은 이 전 비서관이 소속된 사회정책수석실 뿐 아니라,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재판 중인 자신에게 각종 회유를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이는 사회정책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누군가'가 개입했다고 볼 여지를 남기는 대목이다.

이 전 비서관은 회견에서 자료 삭제의 책임을 자신까지로 제한했지만, 이는 거꾸로 그가 불법 사찰 자체나 장 전 주무관에 대한 입막음 시도 등 다른 문제에 관해서는 몸통이 아님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 전 비서관은 회견에서 "자료 삭제를 지시했지만 증거인멸은 아니다", "장 전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준 것은 사실이나 선의의 목적으로 줬을 뿐이다"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행위를 했지만 불법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논리를 반복했다.

불법 사찰 사건의 재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사항이 없다.

수사는 일정대로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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