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불펜 0명' 지난해 두산이 넥센에 주는 교훈

'염갈량, 같은 실수 하지 마소' 올해 삼성과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넥센은 지난해 두산처럼 왼손 불펜 없이 나선다. 사진은 염경엽 넥센 감독(왼쪽)과 김진욱 전 두산 감독.(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넥센은 결국 좌완 불펜 없이 결전에 나선다. 강력한 좌타자들이 즐비한 삼성을 상대로 쉽지 않은 승부를 이겨내야 할 상황이다.

넥센은 4일부터 시작되는 삼성과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에 10명의 투수로 맞선다. 선발 밴 헤켄과 소사, 오재영를 빼면 모두 우완들이다. 필승 카드 손승락, 한현희, 조상우를 비롯해 마정길, 김대우, 문성현, 김영민까지 오른손 일색이다.

일단 넥센은 플레이오프(PO)에서 좌타 군단 LG를 넘어섰다. 박용택-이병규-이진영-오지환 등이 버틴 LG를 3승1패로 눌렀다.

하지만 삼성의 좌타자들은 LG보다 한 수 위다. 장타력과 경험에서 그렇다. '국민 타자' 이승엽을 비롯해 2011년 홈런왕 최형우, 대기만성한 천재 채태인, 지난해 KS MVP 박한이가 버티고 있다. 좌완이 좌타자에게 강하다는 야구 속설을 감안하면 넥센의 엔트리는 삼성에는 상극처럼 보인다.

넥센의 투수진은 지난해 KS의 두산과 흡사하다. 좌완 불펜 없이 나선 점에서는 완전히 같다. 두산은 지난해 삼성과 KS에서 좌완이 유희관 1명뿐이었다. 그나마도 선발 요원이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두산은 넥센에 시사하는 바가 적잖을 터.

▲두산, 승부처에서 삼성 좌타자들에 고전

두산은 지난해 핸킨스, 정재훈, 홍상삼, 윤명준, 변진수, 오현택 등이 불펜으로 나섰다. 4차전까지는 3승1패로 앞서며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5차전부터 두산으로서는 이상하게 경기가 흘렀다.

특히 삼성 좌타 라인에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시리즈 전체의 운명을 갈랐던 5차전이 대표적이었다. 5차전에서 두산은 사실상 시리즈를 끝낼 기회를 맞았다. 5회까지 5-5 팽팽하게 맞섰다.


'달려라, 하니~! 내가 좌타자 박한이다' 지난해 두산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8회 결승타를 때려낸 삼성 박한이. 두산은 한국시리즈 MVP까지 오른 박한이 등 삼성 좌타자들을 막지 못해 분루를 삼켜야 했다.(자료사진=윤성호 기자)
하지만 8회가 문제였다. 두산은 세 번째 투수 윤명준이 선두 타자 진갑용에게 안타를 맞자 정재훈으로 바꿨다. 삼성의 좌타 라인이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우완이 나섰다. 결국 정재훈은 이어진 1사 2, 3루에서 박한이에게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맞았고, 두산이 5-7로 졌다.

두산은 5차전에서 좌완 유희관을 쓸 수 있었다. 유희관은 이틀 전 3차전에서 코칭스태프의 실수로 3⅔이닝 만에 교체됐다. 투구수가 52개여서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두산은 유희관을 아꼈고, 결국 시리즈 전체를 내주게 됐다. 유희관은 7차전에 나섰으나 4⅓이닝 2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두산은 6차전에서도 승부처인 6회 우완 불펜으로만 맞서다 대거 5실점하며 무너졌다. 핸킨스가 1사 1루에서 박한이에게 2루타를 맞은 게 컸다. 이후 채태인의 고의 4구에 이어 최형우의 땅볼이 실책으로 연결돼 대량 득점으로 이어졌다. 결국 삼성의 좌타 라인을 넘지 못한 것이다.

▲넥센, 좌완 오재영 불펜으로 돌릴까

지난해 KS를 미루어 볼 때 넥센도 힘겨운 중반 이후가 예상된다. 일단 넥센은 넥센은 승부수를 띄웠다. 염경엽 감독은 3일 KS 미디어데이에서 "필승조 손승락과 한현희, 조상우를 어떻게 등판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들로 승부를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 좌타자들에 대한 고민은 엿보였다. 염 감독은 "삼성 좌타 라인은 LG보다는 훨씬 강하다"면서 "결정타를 최형우에게 많이 맞았는데 한현희는 조금 피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현희가 좌타자에 약한 사이드암인 만큼 조절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나간다'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도 필승 계투조로 활약할 넥센 조상우-한현희-손승락(왼쪽부터, 자료사진=넥센)
넥센 필승조 중에서는 조상우가 삼성에 강했다. 올해 4경기 4⅓이닝 무실점 2홀드를 올렸다. 한현희는 9경기 12⅔이닝 5자책, 평균자책점(ERA) 3.55, 1패 1세이브 4홀드였다. 마무리 손승락은 7경기 7⅔이닝 5자책 ERA 5.87, 1승1패 2세이브였다.

손승락은 삼성 타자들 피안타율이 3할1푼3리, 한현희는 2할8푼, 조상우는 1할4푼3리였다. 다만 한현희는 최형우에 4타수 3안타 2홈런, 박한이에 4타수 2안타, 이승엽에 5타수 2안타 등 좌타자들에 약했다. 손승락도 최형우에 2타수 1안타, 박한이에 4타수 2안타였다.

넥센은 KS에서도 3선발 체제를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밴 헤켄-소사-오재영이다. 문성현 카드가 있어 좌완 오재영을 불펜으로 돌리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러나 오재영은 삼성전 피안타율이 무려 5할6푼5리에 달한다. 좌타자들에게도 약했다.

이래저래 넥센은 필승조 우완 3인방으로 삼성 좌타 라인을 넘어서야 할 처지다. 과연 넥센 불펜이 삼성을 넘어설 수 있을까. 첫 우승을 위한 넥센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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