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봐줄 친정엄마 없는 나는 '운 없는 女子'랍니다"

위 사진은 기사ㅘ 무관함. (이미지비트 제공)
# 마케팅 회사에서 7년째 대리로 근무했던 A(34) 씨는 첫 아이를 갖게 되면서 '죄인 신세'가 됐다. "너 대신 업무를 나눠맡아야 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한 줄 알라"며 노골적으로 눈칫밥을 줬던 직장 상사는 업무평가에 C등급을 매겼다. 육아휴직이 끝난 뒤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A 씨는 "아이를 봐줄 친정엄마도 옆에 없는 '운 없는 여자'가 나인 것 같다"고 했다.

# 대기업에 공채로 입사했던 B(47) 씨는 입사초기부터 남성직원은 영업, 여성인 자신은 서류보조 업무만 맡겨졌다고 했다. 그래서 실적은 남성만 올릴 수 있는 거였고, 자신은 번번이 진급에서 밀려났다. B씨는 "집안에서 남편이 바깥일을 하고 아내가 집안을 하는 것처럼 똑같은 구조였다"고 했다.

한국여성민우회가 경력단절 위기에 놓였던 30~40대 여성 20명을 심층인터뷰해보니, '직장-집-친정집' 사이 거리가 좁은지가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심층인터뷰에 응한 20명 가운데 13명은 "친정이나 시댁 부모님이 양육을 도와줬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운이 좋은 경우'라고 불렀다.

출판사에서 일한다는 C(44) 씨는 "친정엄마가 '너는 나처럼 꿈을 잃지 말라'면서 전적으로 지원해줬다"고 말했고,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D(48) 씨는 자녀 양육을 도와줄 친척집 근처로 아예 이사를 했다.


반면, 친정과 시댁 부모님이 지방에 있다는 B 씨는 "어린이집을 알아볼 때 고려하는 게 6시 칼퇴근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일-가정 양립에 부담을 느껴 복귀를 고민하는 직장인 여성들도 있었다.

여성의 업무능력을 '남성처럼 일을 하느냐'는 기준에서 평가하는 인식도 지적됐다.

대기업 계열사에서 정규직으로 일했던 E(37) 씨는 "아부하는 남자들은 올라가고(승진하고), 그냥 구석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은 못 올라가고 여자는 더더욱 그렇다"면서 아부나 인맥, 사적 술자리도 생존방식이라고 하소연했다.

유리천장을 느끼고선 승진에서 여러 차례 누락된 대기업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여성민우회 강선미 활동가는 "현재 여성노동정책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것들은 경력단절 자체를 막기 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경력단절 이후 시간제 일자리 등 저임금과 열악한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방안만을 고려하는 정책들만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활동가는 또 "직장에서 성차별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지 않고서는 여성노동자에게 위기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초점을 '경력단절'이 아니라 ‘노동지속’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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