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대법원은 왜 안타깝다는 말을 뺏을까?"

"해고 노동자 손을 들어주고 싶어도 기존의 법리상 방법이 없었다"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대법원이 13일 오후 쌍용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가운데 김정욱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사무국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2009년 쌍용자동차의 대량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2일 동안 복직을 위해 싸워 온 해고자들은 항소심 승리로 복직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지만 그 꿈은 무너져 내린 것이다.

대법원은 정리해고의 경영상 필요를 폭넓게 인정해 주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변함없이 유지했다.

다만 재판부가 판결문을 작성하면서 마지막까지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하는 데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힐지 여부를 두고 고심했지만 최종 판결문에서는 제외됐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대법원은 왜 안타깝다는 말을 판결문에서 뺏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권영철의 와이뉴스 전체듣기]

▶ 대법원의 판결은 쌍용차의 2009년 정리해고가 정당했다는 것 아니냐?

= 그렇다. 결론적으로는 쌍용자동차의 2009년 정리해고가 정당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가 쌍용차의 정리해고를 정당하다고 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해고 회피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정리해고를 할 당시 쌍용차의 적자규모가 7천억 원을 넘어섰고 정리해고를 하지 않으면 회사자체가 종국에는 소멸되어야 할 단계였다는 점, 그리고 회생절차를 밟던 중 법원의 허가를 받아서 정리해고를 한 점 등으로 봐서 쌍용차의 위기는 계속적 구조적인 위기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쌍용자동차의 근로기준법상 해고 회피 노력에 대해서도 정리해고에 앞서 부분휴업이나 임금 동결, 순환휴직, 사내협력업체 인원 축소, 희망퇴직 등의 조치를 이행했다는 점을 들어 인정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런 상황인데도 정리해고를 하지 못한다면 정리해고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회사 정리절차에 들어갔고 은행은 아무도 대출 안 해주려고 하고, 새로 인수한 기업은 투자하려고도 하지 않고 근로자는 인원 감축에 동의도 하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이 보다 더 나쁜 상황이 발생할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 항소심에서는 정리해고가 부당했다고 판결했는데 뭐가 달라진 것이냐?

대법원이 13일 오후 쌍용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가운데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대법원 판결은 사실심이 아니고 서류로 판단하기 때문에 항소심 재판부와 사실관계에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고 같은 사안을 두고 판단이 달라진 것이다. 대법원과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세 가지 쟁점에서 달랐다.

첫 번째는 항소심 재판부는 정리해고를 하지 않고도 회생이 가능하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쌍용차의 위기가 계속적 구조적인 위기로 정리해고를 하지 않을 경우 회생하기는커녕 회사가 종국에는 소멸될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쌍용차가 2005년부터 계속 위기가 있어왔고 그 뒤로 회생된 적도 없고, 정리절차에 들어가 있고, 적자 규모도 점점 커지고 그런 상황이어서 일시적인 위기로 판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리해고의 출발점이 된 2008년 회계 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판단이 달랐다는 점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손실이 과다 계상됐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2008년부터 극심한 유동성 위기로 신차개발에 투자할 현금이 없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재무제표가 손실을 과다 계상한 것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미래에 대한 추정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다소 보수적으로 이뤄졌다 해도 합리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는 정리 해고 회피 노력을 했느냐의 유무인데 항소심 재판부는 무급휴직을 정리해고 이후에 시행한 점으로 미뤄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회사가 제시한 인원 감축 규모가 비합리적이라거나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고, 정리해고 이후 무급휴직은 노사 간 극심한 대립으로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자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시행된 것"이라며 해고 회피 노력을 한 것으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정리해고 이전에 "부분 휴업, 임금 동결, 순환휴직, 사내협력업체의 인원축소, 임직원 복지 중단 등의 조치를 실시했으며 당시 경영위기의 성격이나 정도, 사업 내용과 규모 등을 종합해 보면 해고회피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 2002일간의 복직 투쟁을 벌여왔는데 법적으로 구제될 가능성은 없는 거냐?

= 사실상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형식적으로는 대법원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파기해서 다시 서울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으니까 고등법원이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다시 정리해고가 부당했다는 판결을 할 수 있다. 그러면 대법원에서 다시 판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법부 구조상 그럴 가능성이 백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고 노동자들의 소송대리를 맡은 김태욱 변호사는 "파기환송심에서 다툴 수 있는 쟁점들에 대해 최대한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대법원의 판결이 너무 친기업적인 것 아니냐 그런 비판이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해고노동자들이 지난 10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해고무효 확인소송 승소를 기원하는 2,000배를 한 가운데 대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정기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 그런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쌍용차 판결을 하면서 두 개의 대법원 판례를 준용했다.

하나는 (대법원 2013년 6. 13 선고 2011다 60193)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잉여인력은 몇 명인지 등은 상당한 합리성이 인정되는 한 경영판단의 문제에 속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할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38007) "근로기준법 제24조 1항에 의하면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 감축이 필요한 경우도 포함되지만, 그러한 인원 감축은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판례는 경영자의 경영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친 기업적이라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판결직후 나온 쌍용자동차 사측의 반응과 경제단체의 반응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그동안 대법원이 경영상 해고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대해 회사가 장래에 올 수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있을 경우도 인정된다고 폭넓게 봐온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인단체협의회(경단협)는 "대법원 판결은 쌍용차의 행위가 정리해고 기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본 것"이라며 "쌍용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노사가 공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일부 직원을 해고함으로써 상황을 돌파하려 했음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쌍용자동차는 "2009년에 단행한 인력구조조정이 파산 위기에 직면한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법적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주장해왔던 기획부도설, 회계조작설 등 모든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히 밝혀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기존의 기득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판결이었다"며 "사법정의는 없다"고 말했다.

▶ 그렇지만 경영자의 경영 잘못을 노동자가 떠안아야 한다는 건 문제 아니냐?

대법원이 13일 오후 쌍용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가운데 쌍용자동차 노조원이 김득중 지부장과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그 점이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핵심이다. 쌍용자동차가 계속적이고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면 그동안 경영진은 회생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문제가 남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대법원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쌍용차 노동자들이 정리 해고된 지 2,000일이 넘었다. 그간 25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대법원은 고통과 죽음의 시간을 끝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해고자들의 간절한 바람을 절망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역사적 평가 앞에 서게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기업 편향의 전형적인 정치적 판결이며 최종 정리 해고된 153명과 25명의 죽음, 수많은 구속, 2,000일이 넘는 싸움의 결과가 이것이라니 분노스럽기까지 하다"면서 "정리해고는 잘못은 사업주가 했는데 그 책임은 노동자들이 져야 하는 제도이기에 정리해고 요건이 매우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정리해고를 남용하고도 면죄부를 받아왔던 사회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을 기대했던 노동자들과 국민들은 아연실색하다"며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25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죽음을 선택하게 한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오늘 사용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우리를 실망시켰고 사법 정의가 사라졌음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였다"고 비판하면서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가정마저 붕괴시키는 반인륜적인 정리해고 남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은 대량해고가 노동자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에 미칠 사회적 충격과 갈등, 비용과 희생을 외면하고 오로지 사측의 경영권만을 앞세운 판단에 불과하다"며 "쌍용차 정리해고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노조는 긴급 보도자료에서 "6년간의 해고 노동자들의 간절함을 꺾고, 죽어간 25명의 노동자와 가족까지 부관참시 한 폭거"라고 규정하면서 "대법원이 스스로를 초상집 처마 밑 개 신세를 자임했고, 자본을 향해 그 꼬리를 흔들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쌍용차노조는 이어 "대법원이 쌍용차 해고자는 물론 2,000만 노동자들의 내일을 짓밟은 것"이라면서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더욱 극단적 불안으로 몰아넣고 이윤 착취를 향한 자본의 빨대 크기를 더욱 키웠다"고 비판했다.

▶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 매우 안타깝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데 무슨 얘기냐?

박보영 대법관 (자료사진)
= 대법원 3부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해고무효확인소송 판결문을 작성하기 전 해고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그런 표현을 넣을 것인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고 그 과정에서 판결문은 판결문이라는 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안타깝다는 문구를 뺐다는 것이다.

판결이후 주심인 박보영 대법관이 매우 안타까워 한다는 그런 얘기도 들린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라고 그런 사람들(해고노동자) 해고시키는데 동조하는 그런 결론을 내리는 게 마음 편한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정리해고 요건이나 그 당시 상황 이런 걸로 볼 때 도저히 해고자체가 무효라고 보기는 어려운 그런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사실상 근로자 편을 많이 들어주고 싶어도 기존의 법리상 도저히 다른 결론을 내기 어려워 파기를 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 말은 기존의 노동관계법이나 대법원 판례가 지나치게 친 기업적이라는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비판을 인정하는 취지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방법이 없는 것이냐?

= 대법원이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지금의 법이나 제도로 구제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그렇지만 정치라는 게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어려움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 만큼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정부와 쌍용차는 이번 대법원 판결과는 별도로 쌍용차 해고자들의 복직 및 생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의 장을 열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캠프에서는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다.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 직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고 김무성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지금의 당대표)과 황우여 대표(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까지 나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선된 뒤 태도를 180도 바꿔 국정조사에 반대해 왔다.

당시 약속대로 쌍용차 정리해고의 진실을 밝히는 노력과 함께 아픔을 어루만져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쌍용자동차도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경영 잘못에서 비롯된 정리해고에 대해 책임을 지는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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