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감자·40년의 한…슈틸리케, 이란전 정조준

이란 원정을 준비하는 슈틸리케 감독(사진 오른쪽)과 한국 축구 대표팀 (자료사진/노컷뉴스)

작년 6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한국과 이란의 신경전이 치열했다. 먼저 최강희 감독이 이란 원정 때 받은 푸대접을 언급하며 반드시 승리로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자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맞불을 놨다.

그런데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케이로스 감독의 반응은 예상과는 달랐다. 한국 팀을 전적으로 존중한다, 만약 전쟁을 해야 한다면 축구로 하겠다, 이란의 전통에 따라 한국이 월드컵 진출을 확정짓는다면 선물할 꽃을 들고왔다 등등 비교적 온화한 모습이었다.


경기는 이란의 1-0 승리로 끝났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에 골득실에서 앞서 간신히 월드컵 진출 티켓을 따냈다. 그런데 케이로스 감독은 꽃 대신 다른 것을 선물했다.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 감자'를 날렸다.

이후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공공의 적'과 같은 존재가 됐다. 그는 지금도 이란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한국은 이란과의 상대 전적에서 9승7무11패로 뒤진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2전 전패를 당했다. 한국 축구가 반드시 이기고 싶어하는 상대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한국과 이란의 평가전은 오는 18일 테헤란에 위치한 알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원정 팀에게는 악명 높은 곳이다. 10만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고 해발 1200여 미터 고지대에 있어 원정팀이 100% 경기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장소다.

한국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아직 1승도 올리지 못했다. 통산 전적은 2무3패다.

한국은 1974년 0-2 패배를 시작으로 무려 40년 동안 이란 원정에서 승전보를 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 원정이 힘든 또 하나의 이유는 지나친 홈 텃세 때문이다. 한국은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이란 원정 당시 푸대접을 받았다. 출국 당일에 비자 발급이 이뤄졌고 홈팀이 제공한 훈련 시설은 형편없었다.

이번 원정 때 어떤 푸대접을 받아도 놀랄 일은 아니다. 선수들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란전 열세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작년 '주먹 감자' 사건을 설욕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원정 승리가 필요하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란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있다. 그는 지난 10일 인천공항 출국을 앞두고 "한국이 이란 원정에서 그동안 어떤 성적을 냈는지 잘 알고 있다. 이번이 안 좋았던 기억을 되갚을 좋은 기회"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국은 지난 14일 요르단과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요르단전은 슈틸리케 감독이 처음부터 이란전 승리를 염두에 두고 이번 원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슈틸리케 감독은 요르단전에서 대표팀의 주축인 유럽파 선수들을 아꼈다. 박주호와 홍정호 만이 주전으로 나섰다. 여러 선수들을 고르게 기용해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함과 동시에 유럽파들의 컨디션을 조절, 이란전에서 총력전을 펼치기 위해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에서 기성용, 이청용, 손흥민 등을 총출동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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