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투이는 한국으로 시집 온 베트남 여성 투이(닌영 란응옥)가 남편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접한 뒤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장르다.
그 내용만큼이나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결혼이주여성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태도를 오롯이 증언하고 있다.
주인공 투이 역을 맡은 닌영 란응옥은 베트남에서 배우, 가수, VJ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엔터테이너로, 2012년 9월 진행된 베트남 현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이 영화에 캐스팅됐다.
안녕 투이를 연출한 김재한 감독은 닌영 란응옥의 전작 '떠도는 삶'(2010)을 보고 일찌감치 그녀를 주연으로 점찍어 뒀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김 감독은 "현지 공개 오디션을 봤는데 제일 처음 온 배우가 닌영 란응옥이었다"며 "이건 운명이라고 생각했고, 이후 다른 배우들을 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베트남 정서를 바탕으로 사실감을 극대화한 결혼이주 여성을 연기하는 데는 그녀만한 적격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캐스팅이 확정된 뒤 닌영 란응옥은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안녕 투이 시나리오도 베트남어로 번역해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해 나갔다.
문제는 그해 11월 닌영 란응옥이 촬영을 위해 한국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입국을 위한 비자 발급 과정에서 큰 고비를 맞은 것이다.
주베트남 한국 영사관에 입국 서류를 모두 제출하고 증빙까지 완료했지만, 정작 비자는 발급되지 않았다. 베트남 당국이 자국 여성의 초청 자체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탓이다.
여기에는 2007년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인 남편에게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베트남 정부가 자국 여성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국제결혼 규제 정책을 펴고 있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결국 김 감독이 직접 베트남으로 가서 동분서주하며 담당자를 만나고, 수없이 많은 요청과 준비를 진행하고서야 닌영 란응옥은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디플러그는 27일 영화 개봉에 앞서 20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갖고, 이날 시사회 뒤 닌영 란응옥이 참석하는 기자간담회를 열 계획이었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그녀는 한국에서 며칠을 머물면서 기자간담회를 비롯해 한국 언론매체와의 인터뷰 등을 병행해야 하지만, 모두 없던 일이 됐다. 까다로운 절차를 간과한 탓에 비자 발급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인디플러그 측은 "비자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검토하는 데 8일이 걸린다고 해 관련 서류를 모두 보냈는데, 광고 촬영 등으로 바쁜 일정에 쫓기던 닌영 란응옥 씨가 서류를 늦게 제출해 혼란이 빚어졌다"며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어떻게든 방한을 성사시키려 했지만, 자국 여배우가 매니지먼트사 없이 혼자 한국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까다로운 검증을 면할 수 없어 결국 모든 일정을 취소하게 됐다. 이를 미리 염두에 두지 못한 우리 측 책임이 크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결국 베트남 정부의 국제결혼 규제 정책이 결혼이주여성의 녹록지 않은 처지를 담은 영화의 제작과 홍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 일련의 상황이 결혼이주 여성을 철저하게 이방인으로 대해 온 한국 사회의 비뚤어진 얼굴을 반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도 내 말 들어 주지 않아요"라는 극중 투이의 대사가 흔한 말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