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부터 직원까지 비리 얼룩

이사장은 법인자금 수억 횡령 지인 선물… 실·팀장은 부하직원·납품업체서 뇌물

법인 자금 수억 원을 횡령해 지인들 선물 구입비로 쓰거나 업체들로부터 납품 대가로 뇌물을 받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전·현직 임원들의 비리가 대거 적발됐다.

서울송파경찰서는 법인 자금 수억 원을 횡령해 지인들에게 고가의 물품을 선물한 혐의(횡령 등)로 국민체육진흥공단 전 이사장 정 모(69)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정 씨는 납품업체에게 단가나 수량을 부풀린 견적서를 제출하도록 해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약 2억 9,000만 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횡령한 돈으로 정 씨는 수십만 원 상당의 한우세트와 양주, 여성용 명품지갑 등 고가의 물품을 구입해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공단 내규상 홍보 물품은 3만 원 이상은 구입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고가의 물품 구입비가 정상으로 보이도록 회계를 조작해 감시의 눈을 피했다.

이러한 비리는 다른 직원들도 조직적으로 가담했기에 가능했다.

김 모(53) 실장은 정 전 이사장 지시로 법인 자금을 빼돌려 선물 구입비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김 실장은 부하직원들로부터 현 직분을 유지하게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600여만 원의 뇌물을 받거나 납품업체들로부터 계약을 유지해주는 대가로 800여만 원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도 받고 있다.

그는 이 돈을 가족 여행비 등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

김 모(47) 팀장 역시 법인 자금 횡령에 가담하는 한편, 인사 청탁이나 납품 대가로 3,900만 원 상당을 착복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김 팀장이 착복한 돈을 유흥비와 개인 신용카드 상환대금 등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회계 조작을 도와 횡령에 가담하거나 인사 청탁을 하며 뇌물을 준 직원 김 모(47) 씨 등 3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납품업체 사장 및 직원 등 13명도 입건해 여죄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정 전 이사장 등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와 관련해 "관행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감사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하도록 돼 있지만, 납품업체를 모두 조사하지 않은데다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아 4년여 동안 비리가 적발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비정상적 관행으로 공적 자금을 횡령하고 있는 공기업 임직원들에 대한 첩보 수집 및 검거 활동을 확대해 사회 곳곳에 만연한 관습적 적폐 청산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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