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설악산에는 이와 정반대의 모습도 있다.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까지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까지 케이블카 설치 움직임이 본격화 하고 있다. 오색지구에서 해발 1604m 끝청까지 3.4km 구간이 이미 확정됐다. 기존의 설악동 케이블카 외에 추가 케이블카 사업은 자연파괴를 우려한 환경부에 의해 그동안 두 번이나 퇴짜를 맞았지만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추진 지시로 탄력을 받으며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관광객을 끌어 모아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지자체의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다.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결국은 모든 것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산꼭대기까지 쉽게 접근할 경우 설악산의 생태계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고, 한 번 훼손된 자연환경이 원상회복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한편에서는 개발이 추진되고, 또 한편에서는 복원사업이 진행되는 설악산의 이중 잣대에서 정부의 일관된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설악산이나 지리산은 단순히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잘 지키고 보호해 후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자연유산이다. 케이블카 설치에 정부가 신중해야 할 이유다.
설악산만이 문제가 아니다. 가리왕산은 산림유전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엄격히 금지됐지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활강시설로 지정돼 벌목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올림픽이 끝나면 복구하겠다는 조건인데 건설비용도 복구비용도 각각 천 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 액수다. 제대로 복구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그나마 복구를 위한 재정 계획은 관련 기관끼리 서로 떠넘기기만 한 채 뒷전으로 밀려있는 한심한 상황이다.
복원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훼손하지 않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