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냈던 만큼 최근 팀 부진을 지켜보는 게 힘겹다. 이 감독은 "지는 것을 원체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시절부터 우승을 밥 먹듯 했던 이 감독은 프로에 와서도 현대와 KCC 시절 3번의 챔피언결정전 정상을 이끌었다.
그런 이 감독에게도 흑역사는 있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2002-2003시즌 KCC 때 9연패를 한 적이 있었다"고 쑥쓰럽게 웃었다. 이어 "요나 에노사 등 외국인 선수들이 헤맬 때"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시즌 KCC는 9위에 머물렀으나 이듬 시즌 챔프전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어쩌면 사령탑이 돼서 선수 시절의 연패 불명예 기록을 깰 위기에 놓인 셈이다. 예민한 성격의 이 감독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과연 초보 사령탑은 이런 스트레스를 어떻게 날릴까.
이 감독은 "그냥 혼자 끙끙 앓는다"면서 "TV를 보면서 농구 생각을 잊는다"고 했다. 이어 "내 성격을 알기 때문에 코치들(박훈근, 이규섭)도 그냥 둔다"고 덧붙였다.
적잖은 감독들이 경기 후 한 잔 술로 스트레스를 풀지만 이 감독은 즐기지 않는다. 이 감독은 "전임 (김동광) 감독님이 워낙 좋아하셔서 코치 때는 자주 식사 자리를 했다"면서 "그러나 결국 농구 얘기를 하기 때문에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연세대 1년 선배 문경은 서울 SK 감독은 "상민이가 술을 즐기지 않아 경기 후 함께 식사하기도 뭐하다"고 멋쩍게 웃기도 했다.
그런 이 감독이지만 함께 할 때는 한다. 경기에서 이겼을 경우다. 고생하는 스태프의 사기를 위해서다. 이 감독은 "승리를 하면 코치진과도 식사하면서 한 잔씩 한다"고 했다. 이기면 농구 얘기도 즐거운 법이다.
하지만 이날도 삼성 코칭스태프의 회식은 이뤄지지 않았다. 3쿼터까지 60-60 팽팽하게 맞섰지만 4쿼터 승부처에서 무너지면서 73-84 패배를 안았다. 8연패, 언제쯤 이 감독이 기분좋게 한 잔 걸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