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땅 적신 단비 '카트'…"이젠 함께 밀 때"

단체관람·공동체상영 문의 쇄도…제작자 "상영관 팍 줄어…힘이 돼 달라"

영화 '카트'의 한 장면. (사진=명필름 제공)
"영화 '카트'의 상영관이 팍 줄었어요. 인터스텔라의 흥행광풍에 직격탄을 맞고 휘청이다가 빌빌거리는 중입니다. 제작자로서 뼈가 아프네요. 가늘고 길게라도 오래가고 싶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해, 절박한 마음으로 만든 영화 많이 봐주세요. 힘이 돼 주세요."

카트의 제작자인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25일 정오께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심 대표의 발언은 이번 주말 극장가에서 카트가 상영관을 확보하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통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의 본사 프로그램팀은 매주 월요일 전국의 지점으로 그 주의 상영관 배정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내는데, 카트의 상영관을 확대 또는 유지하기가 더욱 어렵게 된 것을 심 대표가 접한 것이다.

카트는 대형마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부당해고를 당한 뒤 이에 맞서는 과정을 그린 상업영화다.

개봉 전부터 그동안 상업영화에서는 쉽게 다루지 않던,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노동 문제를 짚어냈다는 점이 부각돼 이슈 몰이를 해 왔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강공에 밀려 13일 개봉 이래 상영관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21~23일) 동안 카트는 '인터스텔라' 돌풍이 계속되는데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두 편이 나란히 개봉하면서 상영관이 대폭 줄어 전국적으로 2,937회 상영돼 11만 3,111명을 모았다.

앞서 카트는 개봉 첫 주말(14~16일)에 전국에서 7,909회 상영돼 29만 2,06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상영횟수를 놓고 보면 개봉 첫 주 7,909회에서 둘째 주 2,937회로 3분의 1 가까이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결과가 고스란히 관객 감소로 이어진 셈이다.

'카트'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사진=명필름 제공)
수능을 마친 학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조직의 단체관람 문의가 쇄도하고, 공동체 상영을 원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카트에 대한 관객 수요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트의 배급을 맡고 있는 리틀빅픽처스 측은 "단체관람, 공동체 상영 문의는 지금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오늘(25일) 오전 관객 스코어만 봐도 어제 같은 시간대보다 높아졌다는 점에서 관객 수요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며 "수능이 끝나고 학교 측의 단체관람 문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카트가 극장에 걸리지 못해 영화를 못 보는 상황이 오면 어쩌나 싶다"고 전했다.

리틀빅픽처스는 현재 자사로 단체관람 문의가 들어오면, 카트를 상영하는 인근 극장의 시간표를 알려 주거나, 극장 측과 직접 협의를 진행한 뒤 상영관을 확보해 단체관람을 성사시키고 있다.

리틀빅픽처스 측은 "개봉 둘째 주 무대인사를 다니면서 느꼈지만, 카트의 상영회차가 많이 빠졌다"며 "단체관람, 공동체 상영 문의에 대응해야 하는 입장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카트는 엄혹한 시대가 우리에게 강요해 왔을지도 모를 '노동' '연대'라는 말에 대한 부정적인 뉘앙스를 걷어내는 따뜻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영화로 평가된다.

심 대표의 말을 빌리면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해, 절박한 맘으로 만든 영화'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메마른 땅에 단비처럼 다가온 영화 카트에게 그 예의를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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