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결국 정치싸움으로 변질

여야, 정치적 명분 놓고 억지·무리수 반복…정책 논의는 실종

새정치민주연합이 누리과정 예산 문제에 대한 여야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상임위원회 일정을 잠정 보류하기로 한 가운데 26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야당의원들이 회의실을 퇴장하며 중단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하기 위한 누리과정 예산안에 대한 여야간 대립이 결국 정치싸움으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여당은 누리과정에 대해 명확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누리과정은 국고로 직접 지원할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원규모를 놓고도 교육부에서 요청한 금액을 수용하지 않고 깎기에만 바쁘다.

야당은 누리과정 협상과정에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상임위 보이콧이라는 무리수를 뒀다.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가장 공들인 누리과정에서 밀리면 예산 심의과정에서 여당에게 양보만 거듭하다 일방적으로 밀려 '손에 쥐는 게 없다'는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복지예산을 놓고 여야가 정치적 셈법으로 접근하면서 논란만 키우고 있는 셈이다.



◈ 與, 박 대통령 공약파기 논란 회피용 '우회지원'

여야는 누리과정 예산 부담주체를 놓고 옥신각신하다가 국고에서 직접지원하지 않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직접이냐, 간접이냐 방법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결국 국고에서 나가는 건 마찬가지다.

이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은 결국 누리과정 예산 지원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논란을 비켜가기 위한 새누리당의 정치적 계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야당의 공약파기 공세에 밀려서 지원하는것처럼 비치는 걸 피하려고 우회 지원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당이 국고 우회 지원금 규모를 교육부와 야당이 요청한 5,233억원에서 한참 모자란 2,000억원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국고지원금 액수는 상임위에서 정하지 않고 바로 예결특위에서 정하자는 것도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이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야당 의원이어서 상임위에서의 논의가 불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 野, 협상 실패 만회하려고 국회 보이콧 무리수

야당도 명분이 약한 싸움을 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여야가 의견을 좁혀가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돌연 여당에서 합의를 번복했다며 전체 국회 상임위 일정을 거부한 것도 명분이 약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0일 여야 간사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합의한 '누리과정 국고지원 방안'이 뒤집힌데 이어, 전날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도 여당 교문위원들이 또다시 번복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물론 전자의 경우는 여당 간사도 인정한 것인 만큼 사실에 부합하지만, 두번째 번복 주장은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부분이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의원은 비공개 회의에서 5,200억원에 대해 약속을 받았다고 했지만, 회의 직후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2,000억원에서 5,000억원 사이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거론할 때 반박하지 않았다.

양측의 입장이 분명히 갈리는 상황이었는데 합의를 어기고 판을 깼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전체 상임위 보이콧은 예산심사에서 손익계산을 했을때 누리과정에서 많이 얻지 못할 것을 우려해 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야가 복지예산을 놓고 정치적 자존심 싸움을 벌이면서 복지 정책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실종되고 정쟁만 남게 됐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