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한때 14점 차로 뒤졌던 전자랜드가 4쿼터 종료 24.5초 전 김지완의 골밑 득점으로 63-60으로 앞서가자 유도훈 감독은 누구보다 기뻐했다.
평소 '레이저'를 잘 쏘기로 유명한 유도훈 감독은 작전타임 때 벤치로 걸어오는 김지완을 향해 두 손을 아래로 내밀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는 취재진의 말에 유도훈 감독은 "코트에서는 선수가 감독보다 위니까 손을 아래로 내밀었다"는 재치있는 농담을 건넸다.
전자랜드의 주장 리카르도 포웰은 경기가 끝나고 김지완을 "슈퍼맨"이라고 부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포웰은 "프로라면 감독이 부를 때 나가서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동안 출전 시간을 원하는만큼 얻지 못해 실망감이 컸을텐데 감독과 팀이 원하는 모습을 결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김지완은 프로의 자격이 있고 높은 레벨의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김지완은 3쿼터까지 45초 출전에 그쳤으나 4쿼터와 연장전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77-74 역전승을 견인했다. 그가 15분동안 기록한 13득점은 전자랜드가 모비스전 7연패를 끊고 시즌 6연승을 질주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4쿼터 맹활약이 돋보였다. 그런데 김지완은 오히려 "천국과 지옥을 오간 기분"이라며 쑥스러워 했다. 대체 왜 그랬을까?
김지완은 "양동근 선배가 활약한 두 장면 모두 나의 실수 때문에 비롯됐다"고 말했다.
양동근은 3점 차로 뒤진 종료 15.4초 전, 동점 3점슛을 넣었다. 김지완은 양동근에게 3점슛을 내준 장면이 자신의 실수 때문이라며 아쉬워 했다.
전자랜드는 포웰의 득점으로 65-63으로 앞서갔지만 모비스는 함지훈이 양동근에게 '쿼터백' 패스를 그리고 달려가며 공을 잡은 양동근이 리카르도 라틀리프에게 절묘한 어시스트를 하면서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김지완은 이 장면에 대해 "뒷공간만 내주지 말자고 했는데 그걸 허용했다.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지완은 연장전에서 자신의 실수들을 만회했다. 연장전 5분동안 5점을 몰아넣었다. 역전승의 발판을 만든 것도, 연장전에서 모비스를 쓰러뜨린 것도 모두 김지완의 한방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