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이 통과해 주변에는 각국 공관 및 국제비즈니스 관련 업체들이 많이 포진한 이곳은 베이징의 명물이 된 지 오래다.
자금성이나 만리장성처럼 해마다 수십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는 이곳에는 이날도 물건(?)을 싼값에 사려고 몰려든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의 쇼핑몰에는 1∼2평 남짓한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찬 가운데 대부분 짝퉁제품을 팔고 있었다.
지하 1층은 가방, 지갑, 모자 등 소품이, 지상 1층은 전자기기, 남성복, 지상 2층은 여성복, 지상 3층은 비단, 지상 4층은 액세서리를 판매한다. 5층에는 국제 진주 무역센터 등 이 입주해 있었다.
쇼핑몰에 들어서기 전 지식재산권 관련 한국의 민관합동조사단을 인솔한 한 안내자는 이곳에는 진품과 매우 흡사한 SA급 짝퉁 물건만 팔고 있으며 종업원들이 처음에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니 흥정을 잘해야 한다고 주의사항을 늘어놨다.
지상 1층 남성복 코너에서 관광객으로 위장한 조사단원은 처음에 우리 돈 70만원을 부르는 폴로 상표가 찍힌 남성용 검은색 트랜치코트를 150위안(약 3만원 정도)에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었다.
이곳에는 버버리, 구치, 프라다, 샤넬, 루이뷔통 등 세계 유명 브랜드는 물론 성주그룹의 'MCM', 이랜드그룹 '티니 위니' 등 국내 유명 제품도 많이 눈에 띄었다.
한류 붐을 타고 중국인들로부터 인기를 한몸에 받는 한국의 코리아나화장품 'Coreana'는 'Gaoriana'로 다르게 표기돼 팔리고 있었지만, 영문 위아래에 표기된 한글과 한자는 한국 제품과 똑같이 표시돼 있어 소비자들에게 오인하기에 충분했다.
조사단의 일원인 이재길 한국의류산업협회 법무팀장은 "얼마 전 '2014 F/W 서울콜렉션' 패션쇼에서 선보인 강기옥 디자이너의 안경 쓴 얼굴을 디자인한 짝퉁 패딩점퍼가 매장에 내걸려 있었다"며 "서울에서 열린 패션쇼 한 달 후면 모조품이 팔리는 곳이 중국 시장"이라며 중국인들의 짝퉁 유통 속도에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 모조품이 공공연히 진열돼 팔고 있는데도 쇼핑몰 한쪽에 설치된 전광판에서는 '짝퉁을 발견하면 당국에 신고하라'는 문구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또 통행이 가장 잦은 1층 엘리베이터 위에 내걸린 빨간색의 플래카드에는 '모조품은 사지 말고 진품만 사라'는 당부 문구가 생뚱맞게 보였다.
중국은 지난해 총인원 152만명을 동원해 지식재산권 침해 현장을 단속했다고 한다.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짝퉁을 적발하는 민간 업체도 수천 곳에 이르고 있으나 짝퉁이 근절되지 않는 것이 오늘날 중국의 현실이다.
이런 이유 중 하나가 중국의 심각한 빈부격차로, 짝퉁 소비를 떠받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우리를 이곳으로 소개한 중국인 안내인은 말했다.
중국에서는 짝퉁을 '산자이(山寨)'라고 말한다. 원래 산에 목책을 두른 산적의 소굴을 뜻하는데, 중국인들은 이를 정부의 관리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용어를 사용했다. 베끼긴 했지만 상표나 모양이 조금씩 다른 제품을 말한다고 현지 안내인은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발생한 지식재산권 침해 사건은 8만3천100건으로 2012년 6만6천227건에 비해 급증했지만,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내 짝퉁 유통도 수그러들 기미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
최근 버버리, 구치, 프라다, 샤넬, 루이뷔통 등 세계 유명 브랜드 기업이 슈수이제를 상대로 고소를 제기했다.
이들 5개 기업은 슈수이제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방, 의류 등 100여종의 짝퉁을 증거로 제시하며 250만위안(약 3억2천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이태인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지재권분쟁대응센터장은 "최근 한중 FTA의 실질적 타결로 인해 한류 브랜드의 중국 진출의 더욱 확산할 것으로 기대되나, 아직도 중국의 수도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슈수이제 등 대형 백화점에서는 여전히 모조품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며 "중국 진출 우리 기업들은 각종 지재권 침해 예방 및 분쟁대응에 보다 관심을 두고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