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수 법안을 여야 합의가 없어도 본회의에 부칠수 있도록 한 국회선진화법이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열릴 예정이었던 기재위 조세소위가 여야 의견차이로 파행을 겪으면서, 이에 따라 기재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 회의도 연달아 열리지 못했다.
이날 조세소위의 핵심 쟁점은 정부의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 중 배당소득증대 세제(배당소득 관련 세금 완화)와 가업상속공제 확대 법안(상속세 공제대상 확대) 이었다.
여당은 배당소득 증대 세제를 통해 일반 가계의 소득을 높일수 있다며 정부 원안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기업상속공제 확대 역시 가업(중소.중견기업) 승계가 원활히 이뤄져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며 야당이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야당은 배당소득 증대 세제가 재벌 등 '슈퍼 부자'에게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고, 기업상속공제 역시 상속세를 무력화 시켜 '부의 대물림'을 일반화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문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중요한 법안에 대해 국회에서 제대로된 논의의 장(場)마저 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당은 겉으로는 조세소위를 여는데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야당이 정부 원안을 받아야 한다고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 법안 역시 정부 원안대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원내대표 협상 테이블에도 올라가지 않은 법안을 합의처리 됐다고 주장한다"며 "국회에서 논의를 하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렇게 평행선을 달리면 결국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정부 원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돼 표결을 거쳐 처리될 공산이 크다. 결국 정부와 여당 계획대로 통과되는 셈이다.
세금 관련 중요한 법안에 대해 국회 논의를 원천적으로 생략한다면 제대로된 검증없는 '졸속 입법심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원활한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선진화법을 국회 차원의 통상적인 처리 절차를 막는 수단으로 악용할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나라살림연구소 손종필 부소장은 "국회선진화법의 악용으로 '합의 정신'은 무시되고 있다. 여당은 시간 끌기를 해서 버티면 원안대로 상정되지만 야당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무조건 12월 2일 기한을 맞추려다보니 야당의 비판이나 지적이 반영되지 않는 졸속 심사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관계자는 "가업승계나 배당소득세제 문제는 여야가 합의하지 않아 반드시 따라야 하는 부분은 아니"라며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는 야당이 굉장히 불리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