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문건유출' 특수부 배당 속내는?…靑 가이드라인 제시

검찰이 세계일보가 보도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사건을 명예훼손과 문건 유출로 나눠 투트랙으로 진행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건 유출은 국기 문란 행위"라고 말한 당일, 검찰이 문건 유출건을 따로 떼어내 특수부에 배당한 것을 두고 청와대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비선라인의 국정 개입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보다는 문건 유출에만 수사의 초점이 맞춰지면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 朴 대통령 '문건유출은 국기문란' 발언 있자마자 특수부 배당.. 속내는?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서울중앙지검은 1일 오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정윤회씨 등 비선라인 국정개입과 관련된 청와대 문건 보도 사건을 명예훼손 수사와 문건 유출 수사로 나눠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른 명예훼손 사건은 전담부서인 형사1부(정수봉 부장검사)에 배당됐고, 문건 유출 사건은 특수2부(임관혁 부장검사)에 맡겨졌다. 당초 이 사건 전체가 형사1부에 배당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검찰은 문서 유출 사건을 보다 비중있게 다루기 위해 투트랙 배당을 결정했다.

검찰은 "국정운영의 핵심 기관인 청와대 내부의 문서가 무단으로 유출된 것은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특수부 배당 이유를 설명했다.

두 사건에 대한 지휘는 특수부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유상범 3차장이 전담하며, 대검찰청 반부패부가 총괄 지휘를 맡을 예정이다.

문건 유출 사건이 특수부에 배당되면서 향후 수사의 방점도 문건 유출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이다.

검찰 관계자는 "문건 유출 사건을 따로 특수부에 따로 배당한 것은 그만큼 이 부분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며 "현실적으로도 형사1부에서 모든 것을 하기에는 버거운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문건 유출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한 직후에 검찰의 사건 배당이 결정됐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번에 문건을 외부에 유출한 것은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고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다. 이런 공직기강의 문란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적폐 중 하나이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같은 대통령 발언이 나온지 몇시간 뒤 문건 유출건을 특수부에 맡겼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발언 90% 이상이 문건 유출에 맞춰진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력이 있는 특수부에 관련 사건을 따로 배당한 것은 시작부터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는 문건 유출에 더 방점을 찍으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 檢 수사 착수도 전에 대통령 "말도 안돼는 얘기" 단정…가이드라인 제시

역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사실관계 확인을 바탕으로 한 명예훼손 수사에는 힘을 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비선라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서 "조금만 확인해보면 금방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관련자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 같이 보도를 하면서 의혹이 있는 것 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만만회를 비롯해서 근거없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진실 밝혀내서 다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 국민들을 혼란시키지 않도록,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수사가 들어가기도 전에 대통령이 관련 의혹들을 '근거없는', 또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단정지은 것이다.

검찰의 명예훼손 수사는 정윤회씨가 청와대 비서관 등과 실제로 회동을 가졌는지 등 사실관계 확인을 전제로 한다. 이는 '십상시'로 지목된 관련자들의 통화내역이나 행적 등을 분석하면 생각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의 한 특수부 검사는 "정윤회씨와 관련자들이 실제로 연락을 주고받고 회동을 가졌는지 여부는 통화내역을 뽑아 기지국만 분석해도 가능해 수사 기법상 어려운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그같은 비공식적인 회동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외부에 공표될 만한 사안인지에 대한 판단은 별개이다"고 말했다.

때문에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검찰 수사에 사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이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한 의혹에 대해 검찰이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검찰이 비선라인의 국정 개입에 대한 확인을 더디게 하고, 문건 유출 수사에만 속도를 올릴 경우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특히 문건 유출자로 의심받는 박모 경정이 문건을 유출한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개입돼 있다면 사태는 더 복잡해진다. 박 경정이 아닌 검찰 수사관이 문건을 유출했다는 소문도 있는 만큼 불똥이 검찰 내부로도 튈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내부 인사가 문건 유출에 개입돼 있다는 소문이 있는 만큼 우리도 긴장하고 있다"며 "자칫하면 (검찰) 내부에 불똥이 튀일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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