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노컷뉴스는 지난 1일 ''이상민 뿔났다' 판정 관련 쏟아낸 '작심 발언'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 본문을 살펴보면 KBL 고위 관계자의 멘트가 있다. "올 시즌 판정에 대한 항의를 제한한 만큼 내부 분석을 강화했다. 경기 후 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정위원회까지 회부해 제재를 가하기 때문에 심판들도 신중하게 판정을 내리고 있다. 총재부터 경기인 출신이 맡은 만큼 판정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는 내용이다.
지켜봤다. 그런데 하루 만에 오심이 나왔다.
1일 오후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창원 LG와 울산 모비스의 정규리그 3라운드 맞대결.
LG가 33-30으로 앞선 2쿼터 종료 3분7초 전 LG의 크리스 메시의 레이업이 모비스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손에 걸렸다. 하지만 블록슛이 아니라 골텐딩이었다. 메시가 던진 공이 백보드에 닿은 뒤 골대를 향해 내려갈 때 라틀리프가 건드렸기 때문이다.
한국농구연맹(KBL) 경기규칙 31.2.1은 "야투 시도 시 볼이 완전히 링보다 높은 위치에 있고 그 볼이 바스켓을 향해 내려가고 있거나 또는 볼이 백보드에 닿은 후에 선수가 볼을 터치하면 골 텐딩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메시를 비롯한 LG 선수들은 명백한 오심 탓에 잠시 집중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모비스가 쉽게 2점을 올렸다. "아니, 세상에 그걸 못 보면 어떻하라는 얘기야"라는 김진 LG 감독의 항의가 TV 중계에 생생하게 잡혔다. 김진 감독은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LG는 정당한 2점을 날렸고 반대로 2점을 허용했다. 테크니컬 파울로 인한 실점도 있었다. 순식간에 5점을 손해본 것이다.
LG는 모비스에 77-85, 8점 차로 패했다.
KBL 고위 관계자의 말이 맞다면 심판진을 재정위원회에 회부해 제재를 가해도 할 말이 없는 오심이다.
미국프로농구(NBA)의 경우 승패에 영향을 끼친 오심이 발생할 경우 리그 사무국이 직접 보도자료를 내고 오심을 인정한다. 보통 다음 날 공식 입장이 발표된다. 빠르게 단호하게 오심을 인정하는 모습을 통해 구단들과의 신뢰를 유지하고자 애쓴다.
어차피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오심을 100% 차단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숨기지 않는다. 치부를 드러낼 때는 확실히 드러내면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한다.
반면, KBL은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올 시즌 들어 KBL이 공식적으로 오심에 대해 인정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어떤 절차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제재가 내려지는지에 대해서도 함구로 일관한다. 그저 믿어달라는 것이다.
프로야구는 올해 오심 논란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숨지 않았다. 오심 논란에 정면으로 맞섰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했고 재빠른 합의판정 제도 도입과 같은 행동으로 구단과 팬들의 신뢰 회복에 앞장 섰다. 심판의 권위를 최대한 지키면서 오심을 줄여나갔다.
"지켜봐 달라"는 말 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KBL이 오심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관계자들도, 팬들도 궁금해 한다. 아직까지는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