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최측근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공직 자리를 맡지 못한 것은 물론 오히려 은둔생활을 하는 데 대한 불만과 한풀이라도 하려는 듯 한 당당한 태도다.
정윤회 씨는 지난 사흘 동안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달 30일 한 신문과만 인터뷰를 한 정윤회 씨는 2일엔 방송·신문들과 인터뷰를 했다.
박지만 회장 미행설에서부터 이재만, 안봉근 비서관과의 통화 사실,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음해를 당했다는 등의 주장을 서슴없이 내놨다.
정윤회 씨는 지난달 30일 인터뷰에서는 "국정개입은커녕 청와대 비서관들과 연락도 끊고 있다. 섭섭하지만 이해한다"며 3인방과의 접촉을 전면 부인했다.
그런 정 씨는 2일 인터뷰에서는 "이재만 비서관에게 (조응천 전 비서관과) 좀 통화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너무 억울해 법적 조치를 하기 전에 사실 확인을 하고 싶어서 부탁한 것이며 문건 유출이 터지고 제가 지난주 토요일인가, 월요일쯤 이재만 비서관에게 더 이상 못 참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도 통화를 했다"며 "안 비서관한테 조 비서관과 박모 경정이 왜 청와대를 나가게 됐는지를 물어봤다"고 밝혔다.
정윤회 씨의 이런 거침없는 발언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이재만, 안봉근 비서관과는 7년 동안 연락을 끊었다"는 발언이 이틀 만에 거짓으로 밝혀진 것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전화도 좀처럼 받지 않는 이재만, 안봉근 비서관이 7년 동안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낸 정윤회 씨의 전화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정 씨와 청와대 핵심 3인방의 관계를 가늠케 한다.
이재만 비서관은 지난 7월 7일 국회 운영위에서 "최근에 정윤회 씨를 만난 적이 없으며 2003년인가, 2004년에 만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고, 야당은 국회 위증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재만 비서관이 지난 4월 11일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정윤회 씨의 전화를 받으라'는 통화를 한 것만 봐도 3인방과 정윤회 씨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비서관이 정 씨의 부탁성 지시를 받고 심부름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정 씨는 이재만 비서관에게 "나도 가만히 안 있겠다. 이제 나서겠다"고 통보한 것을 보면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윤회 씨가 이곳저곳에 입을 열면서 오히려 자신의 발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는 역설적인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자신의 발언들은 검찰 수사 자료이자 검찰의 집중적인 추궁을 받을 대목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윤회 씨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고는 할지라도 믿는 배후가 없이는 이처럼 거침이 없을 수 없는데 뭘, 누구를 믿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윤회 씨의 거침없는 형태는 검찰 수사를 모르거나 누군가(?)를 믿고 있을 때만이 가능한 것이라는 뜻이다.
권력 중반기나 하반기에 터진 권력형 비리 또는 국정농단 관련자는 거의 대부분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어느 방향으로 튈지 검찰 수뇌부도 모른다.
황교안 법무장관이나 김진태 검찰총장,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도 조율하는 데 한계를 지닌 수사가 이번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다.
특히 이번 정윤회 문건 파문은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갈 개연성이 아주 농후한 사안인 만큼 청와대가 제아무리 검찰에 압박을 넣는다고 할지라도 뜻대로 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파문 관련자들을 다 집어넣어버려야만 파문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아들인 김현철 씨도 한보 비리가 아닌 별건으로 구속됐다. YS가 그토록 구속을 반대했으나 여론의 압박이 거세 검찰은 청와대의 뜻을 거스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3일자 한겨레신문은 '정윤회 부부가 정부 부처의 감사 활동과 인사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정 씨 부부가 승마 선수인 딸의 전국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전을 둘러싸고 특혜 시비 등이 일자 청와대와 문체부를 통해 승마협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