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靑 받아쓰기 수사하나'…박관천과 동료경찰 추궁

정윤회씨 국정개입에 관한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지난 3일 오후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박모 경정이 근무하는 서울 도봉경찰서 정보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경찰서를 떠나고 있다. 박종민기자
정윤회 문건의 작성자이자 유출자로 의심받고 있는 박관천 경정의 검찰 소환이 예고된 가운데 그의 동료 경찰관들이 본격적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이 박 경정을 문건 유출자로 청와대가 지목함에 따라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지만 청와대의 추측을 제외한 다른 범죄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박경정 동료직원들 소환조사, 자택까지 압수수색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직원 최모 경위와 한모 경위를 임의동행해 밤늦게까지 조사를 벌였다. 또한 박 경정의 하계동 집과 근무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이들 경찰의 집도 함께 압수수색해 관련 증거물을 확보했다.

두 사람은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경찰로 복귀한 뒤 자신이 발령날 것으로 예상하고 짐을 풀어놓았던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에 함께 근무한 동료 직원들이다.

청와대는 자체 조사를 통해 박 경정이 지난 2월 초 청와대에서 작성한 문건을 직접 출력해 가지고 나갔으며, 서울청 정보1분실에 보관했다가 엿새 뒤에 찾아간 점을 들어 박 경정이 문건을 유출했다고 잠정 결론지었다.

특히 청와대는 박 경정의 동료 경찰관들이 정보1분실에 있던 문건을 복사해 외부로 유출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사실상 박 경정과 부하 경찰관들을 유출자로 지목하자 검찰도 이같은 방향을 충실히 따라 수사를 진행하는 형국이다.

검찰은 최모 경위와 한모 경위에 대해 밤늦게까지 조사를 벌여 문건 유출 관여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적인 문건 유출 사건을 보면 본인이 직접 하지 않고 대신 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부하직원들에게 문건을 유출하도록 유도하거나 의도적으로 방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경위는 검찰에서 "문건 유출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청와대 조사 결과대로 수사 진행... 檢, '받아쓰기' 수사 논란

하지만 검찰이 청와대의 조사 결과를 결론으로 상정해놓고 지나치게 속전속결로 '받아쓰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자체 진상 조사를 실시했지만 관련 증거를 찾지 못해 박 경정에 대해 아무런 처벌과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청와대의 불확실한 추측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박 경정 본인은 문건 유출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태이다. 박 경정은 이번 문건 유출에 제3의 인물이 개입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자신이 작성한 문건이 외부에 나돌고 있다는 점을 알고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 등을 들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박 경정측은 이날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당당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검찰이 박 경정이 문건을 유출했는지, 동료직원들을 동원했는지에 관한 핵심 증거물을 확보하는 지가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 등 압수물 분석과 CCTV 분석 등을 통해 문서 유출 증거가 얼마나 나오는지가 핵심이다.

청와대의 지침에 따라 충실히 수사를 진행하던 검찰이 핵심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후폭풍이 일 것임은 물론 부실 수사 의혹을 피할 길이 없게 된다.

가뜩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문건 유출 수사에 방점을 찍자, 검찰이 특수부를 동원해 따로 팀을 꾸리면서 청와대의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이 촉발된 상황이라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검찰이 핵심 증거도 확보하지 못하고 청와대의 추측에만 끌려다닌다면 수사의 방향도 청와대 입맛에 맞춘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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