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式 '나홀로 인사' 거센 후폭풍… 곳곳이 지뢰밭

'정윤회 문건 파문' 이후 곳곳에서 잡음·의혹 분출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정윤회 씨 동향 문건' 보도로 시작된 문건 파동이 정윤회 씨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전면전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의 '아킬레스 건'인 인사에 대한 파열음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청와대가 '찌라시' 수준으로 격하시킨 '정윤회 씨 동향 문건'의 핵심은 정 씨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통해 인사에 개입했다는 게 핵심이다. 정 씨와 3인방의 연결 고리가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이 정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핵심 권부 인사와 정부 부처 인사가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정윤회 씨 또는 김기춘 실장과 정윤회 씨 간의 힘겨루기 결과였다는 의혹과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우선, 박지만 EG 회장 사람으로 분류되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청와대를 떠나 게 된 이유가 표면적으로는 문건유출에 대한 책임이라고 하지만 정 씨와의 파워게임에서 밀려난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회장과 육사 37기 절친 동기인 이재수 기무사령관이 임명 1년 만에 교체된 것도 정 씨와 박 회장의 파워게임의 연장선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 전 사령관은 새 정부 들어 임명된 지 6개월 밖에 안 된 장경욱 전 사령관의 경질 결과로 사령관에 올라 박지만 인맥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은 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군에서 잘린 건 거기(박지만)와 가까운 측근 군인들을 검증하다가 뒤집어쓰고 솎아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정원 인사와 관련해서도 정 씨와 3인방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지난 10월 이헌수 국정원 기조실장이 사표를 냈지만 다시 반려된 일이 있었다.

당시 사표 때 국정원 등은 이 실장이 연령 정년을 넘겼다고 사표 이유를 설명했지만 임명 당시부터 정년을 넘긴 상태여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를 두고 조응천 전 비서관과 함께 이명박 정부 당시 김성호 국정원장 밑에서 근무하는 등 친한 사이여서 정리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는데, 김 전 위원장의 사퇴에 김기춘 비서실장과 정윤회 씨의 권력 암투가 있었다는 의혹도 야당 의원에 의해 제기됐다.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은 3일 당내 회의에서 "지난 7월초에 김진선 평창 동계조직위장의 갑작스런 사퇴가 있었다. 국가 대사 올림픽을 앞두고 갑작스런 김 사퇴는 많은 이들에게 의구심 자아내게 했다. 김 사퇴가 김기춘과 정윤회 사이에 암투와 무관하지 않다는 정황들이 있고 본 의원은 여러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윤회 씨 부부가 승마 선수인 딸의 전국대회와 국가대표 선발전 등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은 지난해부터 체육계에서 많이 퍼졌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신문은 박 대통령이 정 씨 부부와 관련된 문화부 인사를 직접 챙겼다는 전날 보도에 이어 4일에는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부른 자리에서 수첩을 꺼내 노아무개 국장과 진아무개 과장의 이름을 직접 거명한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두 사람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확인할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한동안 뜸했던 인사 잡음이, 그 것도 오래전에 있었던 인사에 대해 '정윤회 씨 동향 문건' 파문 이후 다시 분출하는 것은 당시 인사가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국군 기무사령관의 잦은 경질과 교체를 두고 말이 많았었고 이헌수 국정원 기조실장이 사의를 표명했을 때도 국정원 내부에서도 잠시 동요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체부 국장과 과장 인사를 두고도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였다는 뒷말이 문체부와 승마협회, 국회 등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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