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문화융성’ 속으로는 ‘연극탄압’

뿔난 연극인들, 무대 아닌 길거리로…“표적 심의 중단하라”

4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연극인 200여 명이 모여 2015년 서울연극제 대관 탈락에 항의하는 궐기 대회를 개최했다.
“서울연극제를 살려내라.” “연극 탄압 중지하라.”

연습실에서 한창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야 할 연극인 200여 명이 4일 오후 3시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모였다.

공연할 공연장이 사라진 탓이다.

지난달 14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권영빈 위원장)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유인화 센터장)는 2015년도 대관 심의에서 ‘서울연극제’를 탈락시켰다.

35년 전통의 '서울연극제'는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옛 문예회관)을 중심으로 열리는 서울의 대표적인 연례 공연예술 행사. 하지만 내년도 정기 대관공모 선정에서 사상 처음으로 탈락했다.


사전 협의조차 없이 진행된 이번 사태에 대해 연극인들은 ‘연극 탄압’, ‘연극계 길들이기’, ‘표점 심의’라고 규정하고, 즉각 ‘서울연극제지키기 시민운동본부’를 꾸려 집단행동에 나섰다.

시민운동본부 측은 “한국공연예술센터는 대관 탈락에 대해 ‘특별히 엄중한 잣대’로 심의하라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특별 지시가 있다고 답변했다”면서 “이번 사태는 예술을 지원하고 서비스하는 국가행정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외압을 행사하고 예술을 검열하고 있음을 자인한 꼴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주장대로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졌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당당하게 심의위원과 심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4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서울연극제 지키기 시민운동본부가 '연극인 궐기대회'를 진행했다. (유연석 기자)
이날 모인 연극인들은 ‘아르코예술극장 및 대학로예술극장 대관 승인’과 ‘한국공연예술센터 유인화 센터장 해임’을 요구하면서,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김정옥.오현경.김의경.장미자 등 원로 연극인들도 이날 우려의 성명을 발표하고, ‘대통령이 문화 융성을 목청 높여 외치는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한탄했다. 이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권영빈 위원장이 이 사태를 그대로 넘겨버린다면, 우리들은 이제 정부를 상대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민운동본부 박장렬 의장(서울연극협회 지회장)은 “우리의 입장을 전달했으니 곧 답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역시 행정 소송이든 민사든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 행동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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