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순서>
①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② 새 도서정가제 시행
③ 표현·언론의 자유 - 홍성담 화백 ‘세월 오월’, 손문상 화백 '공주님, 개 풀었습니다'
지난 8월 한 그림이 한국사회에 표현의 자유 논쟁을 일으켰다. 1세대 민중미술가 홍성담 화백의 ‘세월 오월’이라는 그림이었다.
80년 5월 당시 광주 시민군이 세월호 희생자를 구하는 모습이 담긴 이 걸개그림은 9월에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에 전시될 예정이었다.
문제는 이 그림에 등장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허수아비로 표현돼 있었다는 것.
그런데 보수국민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논쟁을 넘어 홍 화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홍 씨의 작품은 정치적 선동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패륜행위"라고 밝혔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서 만평을 그리는 손문상 화백 역시 지난 10월 한 보수논객으로부터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손 화백은 지난 9월 26일 '공주님, 개 풀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시사만평을 올렸다.
대통령에 대한 풍자가 나올 때마다 이러한 패턴은 반복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 이후 보수단체들은 대통령 명예훼손을 이유로 하는 '마구잡이 고발'을 일삼고 있다.
손 화백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명예훼손 고발 사례 발표회'에서 자신에 대한 고발뿐 아니라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이 기소된 사건을 언급하면서, "제3자가 대신 고발하고 이를 수사기관이 사법처리하는 게 패턴화 돼 있다"며 우려했다.
문제는 이것이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던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실제로 기소될 거라는 생각보다 불려가 조사받는 과정과 외부의 감시와 통제에 의해 어떤 형태로든 위축되고 자기검열하게 만드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