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죄 없는 꽃다운 아이들의 목숨을 참혹하게 앗아간 세월호 참사 앞에서 모두가 눈물로 함께 슬퍼하며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다짐한 약속이다.
지난 7월 한여름 무더위 속에 차려진 광화문 농성장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그 약속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어 겨울 찬바람이 매서운 지금 광화문 농성장은 찾는 이들이 부쩍 줄었다.
광화문 농성이 꼭 150일째를 맞는 지난 10일 몰아치는 칼바람에 농성장 이곳저곳에 매달린 노란 리본들은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듯했다.
천막마다 둘러친 투명 비닐막은 지퍼로 굳게 채워져 있었다. 자리를 지키고 있던 유가족과 시민들도 오전에는 10여 명 안팎.
난로를 피우고 담요로 몸을 꽁꽁 싸매도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을 받는 자원봉사자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불안감도 있고…”라고 그는 걱정했지만 “진상규명이 되고 책임자들이 처벌될 때까지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굳센 웃음을 지었다.
종로와 서대문 방면 사이에 놓인 횡단보도가 파란색으로 바뀌자 대부분 옷깃을 여미거나 주머니 깊숙이 손을 찔러 넣은 채 광화문 농성장을 지나쳤다.
하지만 짧은 틈에 서명에 동참하고 길을 건너가거나 응원의 말을 건네며 다음 신호를 기다렸다가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도 있었다.
특별법 제정에 따른 진상조사가 이제야 첫걸음을 뗄 채비를 하고 있는 상황.
국회 안과 청와대 앞 농성장까지 접은 유가족들은 어느 때보다 광화문 농성장에 대한 관심이 간절하다고 했다.
단원고 희생자 오영석 군의 아버지 오병환 씨는 “국민들은 다 끝난 줄 안다. 이제 시작인데…”라면서 “그래도 퇴근 시간 이후에는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춥지 않으냐”고 묻자 오 씨는 “내 자식이 차가운 물속에서 수장됐는데 이 정도 추위가 부모에게 대수냐”고 답했다.
농성장 한쪽에는 따뜻한 커피와 차를 제공하는 천막카페도 운영되고 있었다. 단,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분들께’만 무료다.
농성장을 처음 방문했다는 안현아 씨는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가 계속 기억되기 위해서 이곳이 지켜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래야 관심 속에서 진상규명이 되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계속 갖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세욱(34) 씨는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지났고 어려운 계절이 돌아와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지만, 진상규명이 시작되면 다시 관심이 쏠리고 광화문으로 다들 모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대책위는 올해 마지막 날인 오는 31일 광화문광장에서 문화제 형식으로 송년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