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순서>
①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② 새 도서정가제 시행
③ 표현·언론의 자유 - 홍성담 화백 ‘세월 오월’, 손문상 화백 '공주님, 개 풀었습니다'
④ 공연 중단사태 빚은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⑤ 세월호 참사, 애도하는 문화계
(계속)
공연계는 손해를 감수하고 예정했던 공연을 잠시 중단한 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고, 각종 축제와 행사들을 취소했다.
문학계는 세월호와 관련한 책과 시집 등을 냈고, 일부 예술가들은 추모 공연 및 전시를 진행하며 전 사회적인 애도 물결에 동참하기도 했다.
◈ 손해 감수하고 공연 취소·연기…애도에 동참
세월호 참사 직후 방송은 예능·드라마를 몇 주간 결방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민적 정서를 반영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방송과는 달리 공연의 취소 및 연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며칠 방영을 연기하면 되는 방송과는 달리 일정에 맞춰 공연장 대관 계약을 하는 공연계 입장에서는 공연 중단이나 연기가 계약금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공연계는 몇 달을 준비했던 공연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다행히도 ‘세월호 참사가 천재지변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참사이고,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다’는 공연장 측의 협조로 대부분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졌다.
공연을 취소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추모제 성격의 공연을 하거나, 공연 전 조곡을 연주하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애도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가 오래 이어지면서 공연 시장 자체가 큰 침체기에 빠졌다. 관람객 수가 급감했다. 학교나 기업 차원의 단체 관람 역시 상당수 취소됐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꼭 세월호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확실히 예전에 비해 침체기인 것은 분명하다. 공연계의 성수기라 할 수 있는 연말까지 이런 분위기라면, 이 불황의 늪에서 언제 빠져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 문학인들 "가만히 있지 말아라!"
문학인들은 유가족과 아픔을 함께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성명을 발표하거나 거리로 나갔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학인 754명은 애도의 마음과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또 추모 문예제 '가만히 있지 말아라!'를 열었고, 광화문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동조 단식’을 진행했다.
세월호 참사를 조명한 문학 계간지 <문학동네> 가을호는 초판 4000부가 한 달 만에 매진돼 추가 제작에 들어가기도 했다. 출판계 불황을 생각했을 때 초판 매진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어 <문학동네> 가을호와 여름호에 실린 작가와 전문가들의 세월호 관련 글을 묶어 발간한 <눈먼 자들의 국가> 역시 한 달 만에 3만 부가 팔렸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이 책의 판매대금 1억 원을 세월호문화예술인대책모임 등에 기부했다.
이밖에 개인 음악가들은 홍대 거리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버스킹 공연을 벌였고, 박재동과 원수연 등의 만화가들은 전국을 순회하며 추모 만화전 ‘메모리(Memory)’를 진행했다.
또 '세월호 참사와 304명의 희생자를 잊지 않겠다'는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빈자리’를 의미하는 304개의 책상을 모아 탑으로 쌓아 올리는 퍼포먼스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