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측근, 감사 담당 공무원 협박"

비리 전과 등 조사하자 "가만두지 않겠다"…靑, 해당 공무원 좌천 인사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당사자인 정윤회 씨 측근이 지난해 7월 문화체육부 감사 담당 공무원들에게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 씨 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는 해당 공무원들이 체육계 비리 관련 감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박씨에 대한 비위 사실에 대해서도 조사하자 이런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12월 9일 자 <'살생부 작성' 정윤회 측근.. 10억원 횡령·배임 전과> 참조)

11일 복수의 승마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7월 문화부의 승마계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진 모 과장은 정윤회 씨 측근인 박 전 전무가 작성한 살생부를 보고 크게 당황해 했다.

청와대로부터 '승마업계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받고 만난 박 씨가 엉뚱하게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퇴출시켜야 한다는 요지의 이메일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살생부'를 받아본 진 과장은 다른 승마협회 고위 인사 A씨에게 "아니 이런 걸 어떻게 보고하라고 그러느냐"면서 "이 사람(박 씨) 좋게 봤는데 큰일 날 사람이네"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진 과장은 일단 살생부 명단에 있는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했고, 이 과정에서 박 씨의 비리 문제를 접하게 됐다.

박 씨는 서울 뚝섬에 위치한 승마훈련원 이전·개보수 공사와 관련해 1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1년 6개월의 형을 살았다. 그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검사와 영장담당 판사를 속이기 위해 문서를 위조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이에 진 과장은 다시 승마협회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박 씨에 대해 "나쁜 사람이구만…. 내가 속았다"는 취지로 불만을 드러냈다.


진 과장이 자신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 사실을 알아차린 박 씨는 되레 진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가만히 두지 않겠다"며 협박을 했다고 승마계 복수의 관계자는 전했다.



진 과장은 상사인 노모 국장에게 일부 지역 승마협회 인사들 뿐 아니라 박 씨도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올렸고, 이 보고서를 받은 청와대는 "비리 척결에 미온적"이라며 이 두 사람에 대해 인사를 지시했다.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이들 공무원을 '나쁜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인사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두 감사 담당 공무원을 좌천 인사한 후 문화부는 대한체육회 등을 동원해 살생부 명단에 있는 지역 승마협회 인사들을 사퇴시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윤회 씨 부부(최순실 전 부인)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승마계 관계자는 "박 씨가 사람 사귀는 수완이 좋다"며 "승마장에서 최 씨와 같이 있는 게 자주 목격됐는데, 박 씨가 최 씨에게 접근한 거 같다"고 전했다.

이에 승마협회를 장악하려는 박 씨와 승마선수인 딸의 국가대표 선발 등이 필요한 정 씨 부부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 씨가 체육계의 '적폐'라는 인식은 승마업계 관계자들뿐 아니라 담당 공무원도 공통적으로 인식했지만, 박 씨는 아무 불이익도 받지 않고 승마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체육계 비리를 없애겠다며 대대적인 감사를 지시했지만, 정윤회 씨와의 유착의혹이 제기된 박씨만은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고 '무풍지대'에 남게 됐다.

검찰수사도 박 씨를 비켜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정윤회 씨와 승마협회 관계자들부터 소환하고 압수수색해야 한다"며 "정윤회 측근은 그대로 두고 도대체 어디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인지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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