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권력다툼을 왜 수사하나"…'경찰 자살'에 우울한 檢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문건을 목사해 유출한 인물로 지목됐던 최모 경위가 숨진채 발견된 가운데 13일 오후 경기도 이천경찰서에서 감식반이 최씨의 차량을 감식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된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45) 경위가 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검찰의 '정윤회 문건' 수사가 벽에 부딪치게 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최 경위 자살소식이 알려지자 "도대체 청와대 권력다툼같은 정치적 사건을 검찰이 왜 수사해야하나? 이게 정상적 국가인가"라며 답답해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청와대가 자신들의 '권력암투'를 '진상파악'하라고 검찰에 떠넘기고 검찰은 '정도'가 아닌줄 알면서도 '정치적 사건'을 범죄수사차원에서 조사하다보니 불행한 일이 자꾸 반복된다는 장탄식이다.

최 경위에 대해 검찰은 청와대 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고 연이어 최 경위마저 자살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국기문란'으로 규정한 문서유출 수사는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숨진 최 경위 가족들은 "(최 경위가)계속해서 억울하다고 했고, 최근에는 다 터뜨리고 가겠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문건을 목사해 유출한 인물로 지목됐던 최모 경위가 숨진채 발견된 가운데 13일 오후 경기도 이천경찰서에서 감식반이 최씨의 차량을 감식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검찰 수사에서 최 경위는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에서 가지고 나온 문건을 복사해 언론사 등에 제공한 혐의가 드러났다.


'정윤회 문서'를 작성한 박관천 경정이 지난 2월 청와대에서 생산한 박스 2개분량의 문건을 서울 경찰청 정보분실에 가져다 놓자 이 가운데 일부를 빼내 복사한 뒤 언론사와 한화그룹 대관직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문서유출의 핵심용의자인 최 경위가 사망했기때문에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특히 최 경위가 박관천 경정과 공모해 문건을 세계일보로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당사자가 사망함에 따라 이를 입증하기가 어렵게 됐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문서유출은 우선 진상규명이 먼저 이뤄져야하는데 그에대한 청와대의 철저한 조사없이 곧바로 범죄수사로 이어지다보니 조사하는 검사나 조사를 받는 피의자 모두 '강한 압박'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윤회 문건' 수사 자체는 '국정농단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고 '돈거래'가 나오지 않는 한 형사처벌 대상도 될 수 없는 사안인데 청와대가 검찰에 무작정 떠넘기면서 사건이 자꾸 꼬여왔다는 지적도 많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취임 이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같은 정치적 사건은 가급적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검찰에 수사를 해달라고 자꾸 떠넘기면서 검찰이 범죄를 수사하는 곳이 아니라 마치 진상규명 기관처럼 이용되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중요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영장이 기각되고 피의자 사망같은 돌발적 변수가 발생하면 그 수사는 갈길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다"며 "이번 사건도 사실상 검찰이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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