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맏딸 현아 씨의 거취에 대해 “국토부와 검찰의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대한항공 부사장직은 물론 계열사 등기이사와 계열사 대표 등 그룹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실 사과’에 이어 ‘무늬만 사퇴’라는 비판에 직면해 사표까지 제출했지만, 이 역시 계열사 사장직은 유지하는 ‘꼼수’로 드러나자 마지막 선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조 씨는 말 그대로 ‘그룹내 직위’만 물러났을 뿐 한진그룹이 설립한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직은 고수하고 있고 이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도 없는 상태다.
정석인하학원은 산하에 인하대와 항공대, 인하공업전문대, 인하부속중·고등학교, 정석항공과학고 등을 두고 있다.
법인 정관(제22조)에 따르면 임원의 결격 사유로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 규정을 따르고 있다.
조 씨가 이번 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는 한 법적으로는 이사직 유지에 문제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욕설과 폭행 의혹 등 각종 비교육적 처사의 주인공이 학교법인 이사를 계속 맡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다른 직위는 사퇴하면서 가장 도덕성과 투명성이 요구되는 교육기관의 이사직은 유지하는 이유를 우리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석인하학원 이사회에는 조 씨의 동생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도 이사로 등재돼있는데 올해 열린 3차례의 이사회에는 두 사람 모두 계속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