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강을'의 흥행과 천우희의 눈물

변이철의 검색어 트렌드 ⑥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CBS 라디오 '뉴스로 여는 아침 김덕기입니다']

■ 방 송 : FM 98.1 (06:00~07:00)
■ 방송일 : 2014년 12월 18일 (목) 오전 6:38-47(9분간)
■ 진 행 : 김덕기 앵커
■ 출 연 : 변이철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장)

▶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어떤 검색어 키워드를 가지고 오셨나요?

=. 예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요. 오늘은 따뜻한 영화 한 편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검색어 키워드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인데요... 순제작비로 단 1억2천만원이 들어간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76년 동안이나 부부의 연을 맺고 함께 산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의 일상을 차분하게 담아낸 영화입니다.

▶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연말 극장가에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면서요?

=. 그렇습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인터스텔라와 엑소더스 같은 할리우드 대작을 제치고 당당히 박스오피스 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17일 현재 누적관객수가 149만 명인데요... 236만 명의 관객을 모은 독립 영화 ‘워낭소리’의 기록도 곧 가볍게 뛰어 넘을 전망입니다.

▶ 이 영화의 흥행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 영화관에 가보니까 참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반응을 들어보니까... “두 분이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 준 소박한 부부애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 이런 이야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특히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차려 준 밥상에 대해 평생 '맛이 없다'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영화를 만든 진모영 감독은 서로에 대한 배려로 가득한 두 분의 식사모습을 보고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 또 다른 흥행 비결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예, 동심으로 돌아간 노부부의 모습도 관객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갔다는 분석입니다.

영화에서는 노부부의 짓궂은 장난이 자주 등장하거든요. 가을에는 마당의 낙엽을 쓸다 상대방에게 낙엽을 집어 던지며 장난을 칩니다.

겨울에 첫눈이 내리면 눈싸움도 하고요. 또 '눈과 귀가 밝아진다.'면서 사이좋게 눈을 나눠 먹기도 합니다.

초봄 시냇가에서는 냉이를 씻는 할머니에게 할아버지가 돌멩이를 집어 던지며 '물장난'을 합니다.

'부부는 친구다. 그리고 부부의 일상은 놀이다'라는 명제를 아주 자연스럽고 정겹게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말그대로 천생연분이셨는데... 할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낸 할머니 마음은 정말 어땠을까요?

=. 예.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덕목은 할아버지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시냇물처럼 맑고 담담하게 조명했다는 겁니다.

또 그 과정에 몰입한 관객들이 영화 속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도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이고 또 누군가의 남편이자 부인 아니겠습니까.

'지금까지 난 어떤 남편이었나' '앞으로 어떤 아내로 살아야 할까' '언젠가 돌아가실 부모님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거죠.

생과 사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도 이 영화의 큰 장점입니다.

▶ 그렇군요. 그런데 최근 ‘죽음’을 주제로 한 독립영화가 또 한 편 개봉했다고요?

=. 그렇습니다. 지난 4일 개봉한 ‘목숨’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영화 제목이 ‘목숨’이어서 좀 딱딱하게 느끼실 분도 있을 텐데요. 사실은 굉장히 따뜻한 영화입니다.

말기 암환자들이 ‘호스피스 병동’에 머무는 시간이 평균 21일이라고 하는데요...

꿈에 그리던 내 집을 마련해 이사한 지 한 달 만에 암 선고를 받은 두 아들의 엄마, 그리고 아내와 어린 두 남매 걱정뿐인 40대 가장. 뭐 이런 분들의 마지막 길을 담담히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 분들의 메시지를 요약하면 그저 평범한 일상이라고만 생각해왔던... “가족들과 함께 한 지금, 여기”가 가장 행복하고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관객 3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배우 천우희가 17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윤창원기자
▶ 그러고 보면, 올해는 유난히 좋은 다양성 영화들이 많이 나온 것 같아요?

=. 그렇습니다. 먼저 지난 8월 개봉해 342만 명의 관객을 모은 ‘비긴 어게인’이라는 음악 영화가 있었고요... 비긴 어게인은 흥행 뿐 아니라 OST 열풍까지 일었습니다.

이밖에도 예술영화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77만)'과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그녀(35만)'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24만)' 등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한국 작품 중에는 '족구왕(4만5천명)'과 성범죄 이야기를 다룬 '한공주(22만명)', 외딴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 영화 '도희야(10만명)'도 좋은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특히 한공주에 출연한 배우 천우희는 17일 열린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으로 이름이 호명된 뒤 무대에 올라서도 계속 울먹인 탓에 수상 소감을 제대로 잊지 못했습니다.

천우희는 "이수진 감독님과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같이 고생한 스태프들, 관객 한 분 한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독립영화, 예술영화에게 더 많은 관심과 가능성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 다양성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예, 비상업적인 코드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한 해 였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말씀 드린 것처럼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는 노부부의 사랑을 다른 영화고요. 비긴어게인은 음악 영화입니다.

출판에서도 '비밀의 정원'이라는 컬러링북이 베스트셀러 1위까지 올랐거든요. 스스로 색칠하면서 스크레스를 풀고 잡념을 버린다는 개념인데요.

이처럼 사랑, 음악, 색칠과 같은 단순하지만 따뜻하고 진솔한 주제에 대중이 집중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그렇군요. 그런데 ‘다양성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독립 영화들도 손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예산 영화’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참고로 최근 막을 내린 '서울독립영화제 2014'에 접수됐던 장·단편 영화만 1000여 편에 달합니다.

하지만 올해 개봉한 한국 다양성영화 가운데 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단 6편입니다. 더욱이 상위 22편을 제외하고는 모든 영화가 1만 관객조차 모으지 못했습니다.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제작비조차 건지기도 힘든 형편인데요.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는 "암담하고 무기력한 상황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 것 같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19일 오전 서울 명륜동 CGV대학로점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다룬 영화 ’다이빙벨‘ 에 대한 멀티플렉스 차별행위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 에 참석한 영화·예술·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독립영화계가 ‘빈사상태’라는 이야긴데요. 가장 큰 이유가 뭔가요?

=. 애써 영화를 만들어도 관객과 만날 스크린조차 확보하기 힘들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젭니다. 현재 전국에 문을 연 독립영화전용관은 단 4곳뿐이거든요.

또 대기업 멀티플렉스 극장들도 일부 예술영화전용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배급을 맡은 ‘독립영화’ 외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다이빙벨’처럼 대중의 관심이 비교적 큰 영화의 경우도 상영을 거부당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 공정거래위원회도 대형 멀티플렉스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제재절차에 착수했다고 하죠?

=. 그렇습니다. CJ CGV와 CJ E&M, 그리고 롯데쇼핑이 지금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데요...

영화관을 운영하면서 그룹 계열사인 CJ 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 등에서 만든 영화에만 상영관과 시간을 더 늘려주는 식으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영화 '다이빙벨'의 배급사인 시네마달과 참여연대도 지난달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극장 스크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멀티플렉스를 공정위에 신고했습니다.

'다이빙벨'에 대한 상영관 배정을 이유없이 거부한 것은 부당한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는 주장입니다. 공정위가 앞으로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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