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법 시행령 발효 시점을 미루려면 올해 안에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데 시간상 쉽지 않다. 기독교계 목회자를 비롯해 종교계의 혼란이 우려된다.
새누리당이 종교인 과세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의 발효를 2년간 늦춰달라고 정부에 요구한지 열흘이 다 돼가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시행령 유예 여부에 대해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목회자가 교회 시무 등 종교활동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서는 기타소득의 사례금으로 분류해 원천징수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해 11월 이같은 종교인 과세를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여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시행령의 발효 시점을 2017년으로 유예하려면 이 달 안에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데 지금 시점에서 시행령 개정은 물리적인 제약이 따른다.
개정 시행령의 입법예고기간만 40일인데 당장 올해 남은 기간은 10여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단, 긴급을 요하는 경우 법제처의 판단을 거쳐 입법예고를 생략할 수도 있어, 전혀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정부의 의지에 달린 셈이다.
문제는 목회자 등 일선 종교인들이다. 여당의 2년 유예 요구 보도가 이어지면서 상당수 목회자들은 사실상 2017년에나 과세가 이뤄지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종교인 과세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다면 당장 다음 달 부터 교회가 목회자의 사례금을 지급할 때 원천징수를 해야만 한다.
최호윤 회계사는 "소득세법 시행령이 발효됐는데도 교회가 목회자들에 대해서 사례금을 지급할 때 원천징수를 하지 않게 되면 원천징수의무불이행이라는 세법 의무 불이행이 되어 가산세 부과 대상이 된다"면서 과세를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회자 납세 운동을 벌이고 있는 교회재정건강성운동본부는 납세 의무자들에게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입장을 정리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납세를 놓고 오락가락 하는 사이 납세 의무자가 되는 종교인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