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첫 정당해산심판…통진당의 운명은?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참석해 있다. (자료사진)
1년 넘게 진행돼왔던 헌정사상 첫 정당해산 심판사건의 결론이 19일 내려진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정부가 청구한 통합진보당 해산 및 정당활동정지 가처분신정에 대해 선고한다.

헌재는 또 정당해산심판과 함께 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여부와 정당활동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정도 함께 선고하게 된다.

지난해 11월 5일 정부가 진보당 정당해산심판을 처음 청구한 지 1년 1개월여 만의 일이다.

이번 정당해산 심판은 '헌정사상 처음'이라는 수식어만큼이나 각종 규모 면에서도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5일 최종 변론까지 모두 18차례의 변론이 열렸고 제출된 각종 기록만 17만 쪽(A4 용지 기준)에 이른다.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여해 이번 사건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심리하는 '평의'도 20차례 이상이나 열렸다.

헌재가 이날 내릴 수 있는 결정은 각하, 심판절차종료선언, 기각, 인용 등 4가지다. 통합진보당은 인용 결정만 내려지지 않으면 정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진보당의 해산을 위해서는 헌법 113조 1항에 따라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수치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지만 현재까지 분위기만으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11월 25일 최종변론을 마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선고가 내려진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어느 쪽으로든 재판관들의 의견 수렴과 판결문 작성이 신속하게 이루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 정당해산심판의 쟁점 : ①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판단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최종 변론에 정부측 대표로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정당해산심판 제도는 1960년 헌법에 도입된 이래로 정부가 청구한 전례가 없을 정도로 희귀한 제도다.

지난 1958년 이승만 정부가 죽산 조봉암 선생이 이끌던 진보당을 행정처분인 등록취소 형식으로 강제해산시킨 사례는 있지만 정당해산심판 절차를 거친 것은 아니다.

이번 선고는 진보당의 강령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됐는지를 판가름하는 데서 출발한다.

헌법 제8조4항에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진보당의 강령과 규약, 활동 등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됐는지를 판단해야 해산 결정도 내릴 수 있게 된다.

그동안 18차에 이르는 공개변론에서 법무부와 진보당은 강령과 활동의 비민주성을 놓고 치열하게 다퉈왔다.

법무부는 진보당의 강령 등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며 민주적 기본질서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통진당은 '사회민주적 기본질서'까지 포함해 해석해야 한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정당해산심판의 쟁점: ②'비례성의 원칙' 적용할 것인가?


이정희 대표(왼쪽 세번째)를 비롯한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인근에서 '정당해산 반대 민주 수호 대국민 호소 108배'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비례성의 원칙'은 국가가 국민의 권익을 침해할 때에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과 침해되는 이익 사이에는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비례성의 원칙이 적용된다면 진보당 해산 결정은 쉽지 않게 된다.

진보당에 일부 위헌요소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재판부가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기각결정까지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게되면 위헌성이 확인될 경우 바로 해산결정을 내려야 한다.

◈ 정당해산심판의 쟁점: ③'RO'이적성 진보당의 이적성

이석기 의원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이석기 의원이 주도한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활동을 진보당 차원의 활동으로 볼 것인가도 주요 쟁점이다.

법무부는 진보당의 위헌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진보당원들이 다수 참여한 'RO' 활동과 내란음모 행위를 사실상 진보당의 활동으로 규정해왔다.

그러나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북한 연계는 물론 지하혁명조직 RO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내란 음모는 무죄로 판결내린 바 있다.

RO 조직원 상당수가 진보당원이라고 하지만 RO 조직원이 아닌 당원들 다수를 포함한 진보당을 RO 활동 때문에 해산시키는 것이 정당하냐는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 정당해산 받아들여지면 진보당 의원들의 운명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둔 18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통합진보당 의원(좌측부터 김재연, 이상규, 김미희)들이 '정당 강제해산 저지 민주수호' 의원단 농성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헌재가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고 선고하고 정당해산 청구를 인용하면, 곧바로 결정서를 정부,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송달하고, 선관위가 정당법에 따라 이를 집행한다. 정당해산 결정의 효력은 선고 직후 즉각적으로 발생한다.

반면 헌재가 기각 결정을 하게 되면 정부는 같은 사유를 들어 거듭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헌재가 정당해산 청구를 인용하게 되면 우선 진보당의 재산이 모두 국고로 환수된다.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국고보조금 잔액도 반환해야 한다. 또 해산된 진보당의 강령이나 기본정책을 따르거나 유사한 강령을 기조로 새정당을 창당하는 것도 금지된다. 통합진보당이라는 명칭도 영원히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진보당이 해산될 경우 가장 민감한 부분이 진보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이 유지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일반 정당해산의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제192조4항에서 정당이 해산되더라도 비례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위헌정당 해산의 경우는 새로운 법리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선거제도에서 무소속 입후보가 허용되는 이상 정당의 존립여부가 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의원직이 유지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헌재가 의원직도 상실된다고 판단한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상실되는 것이냐 구분해서 상실되는 것이냐도 판단이 필요하다.

유권자가 직접 뽑아 대표성이 높은 지역구 의원과 정당 대표 성격이 강한 비례대표를 똑같이 대우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진보당은 김미희, 오병윤, 이상규(이상 지역구) 의원과 김재연, 이석기(이상 비례)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례가 없었던 쟁점이기 때문에 헌재가 결정을 유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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