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국회의원 박탈·지방의원 유지 '모순'

"헌재, 법률근거 없이 무리한 결정에 부작용"…통진당, '의원직 회복' 소송

19일 헌법재판소에서 실시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모습. 박종민 기자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해산하고 당 소속 국회의원 5명에 대한 의원직을 박탈했음에도, 통합진보당 소속 광역 의원 등 지방의원들이 살아남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헌재가 통진당 국회의원에 대해 법적 근거 없이 무리하게 자격을 박탈하면서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통진당 소속 기초·광역 의원 가운데 비례대표 6명(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3명)에 대한 의원직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21일 밝혔다.

현재 통진당 소속 지방의원은 광역의원 3명(비례대표), 기초의원 34명(지역구 31명, 비례대표 3명) 등 모두 37명이다.
 
선관위가 판단할 이들 비례대표 6명은 통진당 해산의 영향으로 의원직이 박탈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비례대표가 지역 대표성을 띄는 선출직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과 운명을 함께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출직인 지역구 기초의원 31명은 상황이 다르다.


헌재는 지난 19일 통진당 해산 선고를 하며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박탈만 언급했을 뿐 지방의원에 대한 의원직 박탈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공직선거법과 정당법 등 현행법에도 관련 규정이 없다보니 이들의 의원직 박탈 여부는 선관위가 판단할 사항도 아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CBS와의 통화에서 “현행법에 없기 때문에 선관위에서 판단을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 “지역구 기초의원 31명의 경우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진당은 위헌 정당이라며 해산됐는데 국회의원이냐, 지방의원이냐에 따라 생사가 갈리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헌재가 통진당을 해산하며 무리하게 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할 때부터 예고된 셈이나 다름 없다.

헌재는 "해산되는 위헌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이 의원직을 유지하면 위헌적 정치이념을 대변하고 이를 실현하는 활동을 허용해 실질적으로 그 정당이 계속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통진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도 박탈했다.

당만 해산할 경우 해당 국회의원들이 '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를 계속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그러나 해당 의원들이 어떤식으로 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또 정당 해산의 중요한 이유중 하나인 '이석기 사건'(RO사건)과 나머지 4명의 의원들이 직접적인 연관성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통진당에 대해 "주도세력은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통일을 한다는 목적으로 갖고 있으며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민주혁명 전략과 거의 모든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며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헌재가 정당해산과 관련한 의원직 박탈에 대한 헌법과 정당법 등의 규정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정치적 판결'을 내린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지난 1962년 헌법은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이 해산된 때에는 그 자격이 상실된다'고 정했지만, 1987년 6월 항쟁이후 바뀐 헌법에는 이 규정이 삭제됐다.

이 때문에 헌재가 2004년 12월 발간한 '정당해산심판 제도에 관한 연구'에도 "정당해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으로 국회의원의 자격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